KSP국어문제연구소

  • 화산댁이(오영수)-1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무슨 관청 같은 집도 화산댁이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아들을 만난 반가움보다도 수세미처럼 엉클리는 심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빨간 스웨터를 입고 너덧 살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말끄러미 화산댁이를 바라보고 “아부지, 이거 누고 응?” / 화산댁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손녀딸이다. “할메다!” / “우리 할메?” / “음!” 아들은 맥없는 대답을 하면서 헌 고무신 한 켤레를 내왔다. 화산댁이는 걸레로 터실터실 불은 발뒤꿈치 더더기를 훔치면서, “그렇기, 나고는 첨 보니…….” 하는데 아들은 손끝에 짚세기를 걸고 나가 쓰레기통에다 던져 버렸다. 고무신이 대견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 걷는 데는 짚세기가 고작인데 하니 아직 날도 안 드러난 짚세기가 화산댁이는 못내 아까웠다. 다다미방도 어색했지만, 눈이 부시도록 번들거리는 의롱이 두 개나 놓였고, 그 옆에는 앉은키만 한 경대도 놓였다. 벽에는 풀기 없는 무색옷들이 쭈르르 걸렸다. 모든 것이 낯선 것들이었다. ㉠모든 것이 손도 못 댈 것 같고 주저스럽고 조심스럽기만 했다. 우선 어디가 구들목이며 어디 어떻게 앉아야 할지, 마치 종이 상전 방에 불려 온 것처럼 앉을 자리부터가 만만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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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박경리)-1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안 울라꼬 하지마는 생각해 보시이소. 울 옴마가 살았이믄 저기 저 마리에서 지금도 바느질을 하고 있일 긴데 말입니다. 양주댁인가 그 쪽제비 겉은 서울내기, 지가 뭔데 사람을 괄시하겄십니까. 참말이지 객식구 아니냐 말입니다. 그런 주제에 울 옴마 방에 떡 뻗치고 앉아서 누구 일을 하고 있십니까? 참말이지 눈에 쌍심지가 돋아서 아무래도 못 살겄십니다. 지가 머 서울서 우떤 대가댁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마는, 흥 울 옴마 바느질 솜씨 따라올라 카믄, 신 벗어 놓은 데나 올기라고요? 얼런도 없지. 그뿐이겄십니까. 울 옴마가 있었이믄 갬히 마님 장롱을 열었겄십니까? 장롱 쇠때도 울 옴마가 딱 갈미하고 저승차사가 와도 안 내놨을 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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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정(이광수)-1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차가 남대문에 닿았다. 아직 다 어둡지는 아니하였으나 사방에 반작반작 전기등이 켜졌다. 전차 소리, 인력거 소리, 이 모든 소리를 합한 ‘도회의 소리’와 넓은 플랫폼에 울리는 나막신 소리가 합하여 지금까지 고요한 자연 속에 있던 사람의 귀에는 퍽 소요하게 들린다.‘도회의 소리!’ 그러나 그것이 문명의 소리다. 그 소리가 요란할수록에 그 나라가 잘된다. 수레바퀴 소리, 증기와 전기 기관 소리, 쇠마차 소리……. 이러한 모든 소리가 합하여서 비로소 찬란한 문명을 낳는다. 실로 현대의 문명은 소리의 문명이라. 서울도 아직 소리가 부족하다. 종로나 남대문통에 서서 서로 말소리가 아니 들리리만큼 문명의 소리가 요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쌍하다. 서울 장안에 사는 삼십여 만 흰옷 입은 사람들은 이 소리의 뜻을 모른다. 또 이 소리와는 상관이 없다. 그네는 이 소리를 들을 줄을 알고, 듣고 기뻐할 줄을 알고, 마침내 제 손으로 이 소리를 내도록 되어야 한다. 저 플랫폼에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이나 이 분주한 뜻을 아는지, 왜 저 전등이 저렇게 많이 켜지며, 왜 저 전보 기계와 전화 기계가 저렇게 불분주야하고 때각거리며, 왜 저 흉물스러운 기차와 전차가 주야로 달아나는지……. 이 뜻을 아는 사람이 몇몇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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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감 도시(이동하)-1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I410-ECN-0102-2023-000-001622766) 이사를 오고 나서 한 달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실상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닥치고 본즉, 입에 풀칠을 하는 일처럼 어려운 문제가 달리 없었던 것이다. 반평생을 넘어 불혹의 나이를 살아오는 동안 당신이 의지해 온 것이라곤 오직 몇 마지기의 땅뙈기밖엔 없었다. 흙은 그래도 정직한 상대였다. 못지않게 ㉠정직한 아버지의 손을 거의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도시는 결코 함부로 믿을 수 있는 상대가 못 되었다. 정직한 만큼 아버지는 무능했다. / 그만하면 가진 돈도 바닥날 때가 되었을 법하다고 느낄 무렵, 아버지는 몇 가지 도구들을 떠메고 들어왔다. 하나는 풀빵을 구워 내는 빵틀이었고, 다른 하나는 냉차 항아리였다. 뒤엣것은 내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아 온 물건이었지만, 앞의 빵틀은 난생처음 대해 보는 도구였다. 그것은 모두 스물네 개의 구멍이 가로세로 질서정연하게 파인 무쇠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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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기미 풍경(송기숙)-문제 모음 13제(1차) 멀리서 안타깝게 손만 흔들던 그 연락선이 드디어 몽기미에 닿았다. 몽기미 생기고 처음이었다. ⓐ연락선에 올라간 아이들은 모두 이층으로 우르르 올라가 난간을 붙잡고 먼 데 바다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멀리 까맣게만 보이던 섬들이 차츰 가까워지며 동네가 나타나고, 더 멀리 회색으로만 보이던 섬들도 차츰 가까워지며 포구 모습이 드러났다. “와, 기와집이다.” 연락선을 대는 포구에 말로만 듣던 까만 기와집도 있었고, 크고 작은 배들이 스무 남은 척이나 몰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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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센 봉숭아(공선옥)-문제 모음 16제(1차) 용우 말대로 편의점과 라면집, 단 두 곳으로도 ‘어리다고 사람 취급 안 하는’ 세상인심을 내가 알게 될 줄이야! 나는 박살이 난 봉숭아 화분을 다시 한 번 걷어차다 그만 내가 나둥그러졌다. 내 비명 소리에 밖을 내다보던 아줌마가 악을 쓰며 뛰어나오는데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물론 파나 당근을 썰던 칼이었겠지만 그래도 칼은 칼인지라 와락 겁이 났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쳤다. 줄행랑을 치면서도 진짜 잘못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왜 내가 도망을 치고 있나 싶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씩씩대고 집에 가면 왜 씩씩대고 들어오느냐, 하는 물음이 올 것이고 그러면 나는 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골치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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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마을(오영수)-문제 모음 17제(1차)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갯마을’은 문명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주인공 해순은 이곳을 터전 삼아 순박하게 살아간다. 해순은 바다에서 남편을 잃고 잠시 동안 바다를 떠나 산골로 가기도 하지만, 바닷가에서의 삶이 그리워 다시 갯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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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들댁(한승원)-문제 모음 17제(1차) 이 작품은 빈곤, 고립된 생활환경, 젊은이의 무관심으로 인한 노인 계층의 소외된 삶과 피붙이에 대한 조건 없는 희생과 내리사랑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있다. 특히 쇠약한 몸과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손자를 삶의 희망으로 여기는 인물을 통해 노인 계층이 직면한 삶의 문제에 대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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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기호)-문제 모음 17제(1차)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성의를 거절한 권순찬에게 화를 내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권순찬이 보낸 돈의 이자를 받으려 한다는 것은 권순찬에 대한 입주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소문으로, 입주민들이 불쌍하게만 느끼던 권순찬의 행동에 반감을 느끼기 시작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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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데서 울다(공선옥)-문제 모음 15제(1차) 앞마당은 공개적이어서 비밀도 없고 그래서 오래 간직할 추억거리도 없다. 그러나 뒷마당은 그 얼마나 많은 얘기들을 키워 준 곳이던가. 뒷마당은 그녀 인생의 보물 창고였다. 집이란,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육신이 몸담은 가장 정신적인 곳. 그걸 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뒷마당 없는 집, 우리 인생의 보물 창고가 되어 줄 공간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니라 건물일 뿐이다. 그것은 집이라는 이름을 단 ‘상품’일 뿐이다. 한데, 지금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고 여겼던 그 ‘집’이 거기 있었다. 정희는 그 집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그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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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김유정)-문제 모음 17제(1차) 일곱 살 난 옥이의 부모는 한때 소작농이었으나 땅을 잃고 개똥네 집에 빌붙어 산다. 옥이의 부친인 덕희와 옥이 어머니는 생계 능력이 별로 없어 우중충한 방에 누워 배고픔을 견디는 날이 많고, 덕희는 게으른 데다가 걸핏하면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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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장(윤흥길)-문제 모음 17제(1차) 운암댁의 기억을 통해 분명히 드러나듯이, 완장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민중들에게 억압과 폭력으로 다가온 권력의 가장 압축적인 상징, 곧 ‘이모티콘’이라고 할 수 있다. 완장은 권력을 지닌 자들이라는 일종의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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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문제 모음 21제(3차) (I410-113-24-02-088017187) [앞부분 줄거리] 황만근은 마을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지만, 외지 출신인 민 씨는 달리 생각한다. 어느 날, 밤늦게 집에 가던 황만근은 토끼 고개에서 거대한 토끼를 만난다. “그기 뭔 소리라? 내가 ⓐ내 집에 내 발로 가는데 니가 뭐라꼬 집에 못 간다 카나. 귀신이마 썩 물러가고 토끼마 착 엎디리라. 내가 너를 타고서라도 집에 갈란다.” 거대한 토끼는 황만근이 한 번도 맡아 본 적이 없는 비린 냄새를 풍기면서 느릿하고 탁한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너는 집에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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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과 제1장(이무영)-문제 모음 21제(1차) (I410-ECN-0102-2023-000-001614131) 당당한 문화인인 아들은 흙투성이인 김 영감을 ‘내 아버지로라’고 내세우기조차 꺼려했다. 이러한 아버지를 가졌다는 것은 자기의 큰 치욕이라고까지 생각해 온 터다. 결혼을 하면서도 자기 아버지를 청하지 않은 것도 그 자신은 친구나 동료들한테 달리 변명을 했겠지마는 기실 자기 아버지의 그 흙투성이 꼴을 뵈고 싶지 않다는 허영에서였다. 김 영감만 해도 이런 눈치를 못 챌 리는 없었다. 집안에서고 동리에서 왜 며느리 보는 데 안 가느냐고 해도, “아, 그 잘난 놈 잔치에 못난 애비가 가? 댕꼴 곽주식이 아들놈처럼 저 애빌 보구 누구냐니까 ‘우리 집 머슴’ 하고 대답하더라는데 그런 놈들이 애빌 보구 행랑아범이라구 하지 말란 법이 있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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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문제 모음 19제(2차) (I410-ECN-0102-2023-000-001624200) [앞부분 줄거리] 1964년 겨울밤의 어느 선술집, ‘나’는 대학원생인 ‘안’을 우연히 선술집에서 만난다.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자리를 옮기던 중에 자신도 함께 갈 수 없겠냐고 묻는 ‘사내’와 함께 중국요릿집에 간다. 사내는 장례 비용이 없어 죽은 아내의 시신을 병원에 팔고 괴로워한다. 중국요릿집에서 나온 세 사람은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화재 난 곳을 찾아간다. 불길 속에서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본 사내는 ㉠남은 돈을 모두 불 속에 던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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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김승옥)-문제 모음 21제(2차) (2024학년도 수능완성 위주) 나는 내가 이사를 온 첫날 저녁, 할아버지 앞에 불려 나가서 들은 얘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그것은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었다. 몇 가지 나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 묻고 나서, 할아버지는 갑자기, 내가 6·25 때는 몇 살이었느냐고 물었다. 정확한 나이는 얼른 계산이 되지 않아서, 열 살이었던가요 하고 내가 우물쭈물 대답하자 , 할아버지는 아마 그럴 거라고 하며 사변이 남겨 놓고 간 것이 무엇인 줄을 모르겠군 하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사변 전에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고, 있다고 해도 어린아이로서의 기억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무엇이 사변 후에 더 보태지고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그것은 가정의 파괴라고 한마디로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투가 마치 내가 나쁜 일을 해서 책망이라도 한다는 것처럼 단호하고 험악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죄를 지은 기분이 되어 꿇어앉았던 자세를 더욱 여미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나는 이사를 한다는 흥분과 긴장과 피로 속에서 하루를 보내었기 때문에 졸음이 퍼붓는 걸 참아 가며 할아버지의 관(觀)이랄까 주의(主義)랄까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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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여자의 열매(한강)-문제 모음 17제(1차) 어렸을 때 생각이 나요. 부엌으로 달려가 어머니 치마에 얼굴을 묻으면 아, 그 맛난 냄새. 참기름 냄새, 볶은 깨 냄새. 내 손에는 언제나 흙이 묻어 있었지요. 흙 묻은 손으로 어머니 치맛자락을 더럽히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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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쥐잡기(김소진)-문제 모음 20제(1차) 휴전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아침 식사 뒤 열외 한 명 없이 모두 퀸셋 안에 대기하고 있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날 아침 따라 유별나게 어린아이 ⓐ주먹만한 고깃덩이들이 걸려서는 모두들 포식을 한 다음 담벼락 밑에 옹기종기 모여 해바라기를 하며 담배를 한 대씩 돌려 피고 나서야 퀸셋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수용소 안에서는 술이니 담배니 할 것 없이 다 뒤거래가 되고 있었다. 내려온 명령의 내용을 듣고는 모두들 기가 턱 막혔다. 이쪽에 그대로 남을 사람 저쪽으로 되돌아갈 사람을 가르는데 ⓑ호각 소리 하나로 판가름을 한다는 것이었다. 호각 소리에 따라 복도 하나 사이에 두고 이북 갈 사람은 저쪽에 앉고 이남에 남을 사람은 이쪽에 앉으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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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산(이호철)-문제 모음 21제(2차) [앞부분 줄거리] 첫눈이 내린 어느 날 아침, ‘나’와 아내는 흰 남자 고무신 한 짝이 마당에 떨어진 것을 보고 왠지 모르는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나’는 고무신짝을 보면서 어린 시절 이북에 살 때 밭에 떨어진 지까다비짝을 보고 공포를 느꼈던 기억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밭에 버려진 신짝 하나를 보고 공포에 떤 일이 있다. 비 오는 속의 무밭에 앞대가리 부분이 무잎이 무성한 밭 속에 처박혀 있는 검정색 ‘지까다비[地下足]’짝이었다. 발뒤축께의 세 개의 호크까지 말짱하던 일이 지금도 뒷등이 선득할 만큼 기억에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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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마(김동리)-문제 모음 21제(2차) 성기에게 역마살이 든 것은 어머니가 중 서방을 정한 탓이요, 어머니가 중 서방을 정한 것은 할머니가 남사당에게 반했던 때문이라면 성기의 역마 운도 결국은 할머니가 장본이라, 이에, 할머니는 성기에게 중질을 시켜서 살을 떼려고도 서둘러 보았던 것이고, 중질에서 못다 푼 살을, 이번에는, 옥화가 그에게 책 장사를 시켜서 풀어 보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성기로서도 불경(佛經)보다는 암만해도 이야기책에 끌리는 눈치요, 중질보다는 차라리 장사라도 해 보고 싶다는 소청이기도 하여, 그러나, 옥화는 꼭 화개장만 보이기로 다짐까지 받은 뒤, 그에게 책전을 내어 주기로 했던 것이었다. 성기가 마루 앞 축대 위에 올라서는 것을 보자 옥화는 놀란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더운데 왜 인제사 내려오냐?” 곁에 있던 수건과 부채를 집어 그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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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상의 눈물(전상국)-문제 모음 20제(2차) 새 학년이 시작된 고등 학교 2학년 학급, 담임은 자율이란 말로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고, 최기표를 중심으로 한 재수파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장악하려 한다. 의욕에 찬 담임은 반장 임형우와 함께 최기표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형우는 시험 시간에 기표에게 커닝 쪽지를 돌리려 했다가 그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어 그에게 린치를 당한다. 형우는 가해자인 기표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음으로써 의리의 영웅이 되고, 피를 판 돈을 기표에게 바치던 재수파가 그에게 용서를 빈다. 얼마 후 형우는 담임과 함께 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재수파의 행동을 미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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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문제 모음 23제(2차) 지난여름, 한창 더위가 찔 무렵이었다. 비(B) 공단 성창 비료 서교 공장 노무과장이 어깨 벌어진 젊은이 셋을 거느리고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일이 있었다. 그날은 종옥이가 시장에 가고 없어 나 홀로 집을 지키던 참이었다. “김병국이란 작자가 누구요? 도대체 어떤 위인인지 상판이나 좀 봅시다.” 젊은이 하나가 주먹을 내두르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내 아들놈인데 당신네는 누, 누구요?” 기세에 눌려 내 목소리가 더욱 더듬거렸다. “당신 자식이라면 아직 마빡이 새파란 놈이겠군, 그 새끼 좀 봅시다.” 다른 젊은이가 윽박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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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랑의 후예(김동리)-1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어느 날은 서대문 밖의 숙부님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 광화문통을 지나오려니까, “아, 이건 노상 해후로구랴!” 하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 보니, 연록색 인조견 조끼에 검은 유리 안경을 쓴 황 진사가 빨아 말린 두루마기를 왼쪽 팔에 걸고, 해묵은 누렁 맥고모는 뒤통수에 잦혀 쓰고, 그 벗겨진 앞이마를 햇살에 번쩍거리며 총독부 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네, 일재 선생 오래간만이올시다.” 하고 내가 인사를 한즉, “댁에서들 모두 태평하시구, 완장 선생께도 소식 자주 듣고……. 아 이건 참 노상 해후로구랴!” 또 한 번 감탄하고 나더니, “이리 잠깐 오, 날 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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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 김씨(이문구)-14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천동면 놀미 마을의 김승두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논에 물이 마르자, 양수기를 빌려 와 이웃 부락으로 넘어가는 전깃줄에 전선을 잇고 천북면 저수지 물을 훔쳐 퍼 올린다. 몇 시간 후 마을 사람 유순봉과 장재원, 그리고 한전 직원인 중년 사내가 이를 문제 삼자 따지며 말다툼을 한다. 그날 오후 이들은 민방위 교육을 받기 위해 천동 국민학교에 모였는데 부면장이 마이크를 잡고 여러 가지 부탁을 하지만 연설 도중에 담배 피는 사람,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는 등 민방위 교육장은 어수선하다. “사실은 이 시간이 교육 시간입니다마는, 가만히 앉어서 자리 흐틀지 말구 담배들이나 피서유. 지 자신이 교육에 대비하여 학습해 둔 게 있는 것두 아니구 해서 베랑 헐 말두 웂습니다. 또 솔직히 말해서 지가 예서 뭬라구 떠들어 봤자 머릿속에 담구 기억허실 분두 웂을 줄로 알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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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문제 모음 21제(2차) (I410-113-24-02-088017178)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도 열두 시가 될락 말락 한 한밤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생 단 하루 외박한 뒤 돌아왔던 그 시각, 횃대의 닭이 울음을 그치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회관 앞, 황만근이 직접 심어 놓은 등나무 덩굴 아래, 직접 짠 평상에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이장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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