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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410-ECN-0102-2023-000-001622766) 이사를 오고 나서 한 달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실상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닥치고 본즉, 입에 풀칠을 하는 일처럼 어려운 문제가 달리 없었던 것이다. 반평생을 넘어 불혹의 나이를 살아오는 동안 당신이 의지해 온 것이라곤 오직 몇 마지기의 땅뙈기밖엔 없었다. 흙은 그래도 정직한 상대였다. 못지않게 ㉠정직한 아버지의 손을 거의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도시는 결코 함부로 믿을 수 있는 상대가 못 되었다. 정직한 만큼 아버지는 무능했다. / 그만하면 가진 돈도 바닥날 때가 되었을 법하다고 느낄 무렵, 아버지는 몇 가지 도구들을 떠메고 들어왔다. 하나는 풀빵을 구워 내는 빵틀이었고, 다른 하나는 냉차 항아리였다. 뒤엣것은 내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아 온 물건이었지만, 앞의 빵틀은 난생처음 대해 보는 도구였다. 그것은 모두 스물네 개의 구멍이 가로세로 질서정연하게 파인 무쇠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