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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서대문 밖의 숙부님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 광화문통을 지나오려니까, “아, 이건 노상 해후로구랴!” 하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 보니, 연록색 인조견 조끼에 검은 유리 안경을 쓴 황 진사가 빨아 말린 두루마기를 왼쪽 팔에 걸고, 해묵은 누렁 맥고모는 뒤통수에 잦혀 쓰고, 그 벗겨진 앞이마를 햇살에 번쩍거리며 총독부 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네, 일재 선생 오래간만이올시다.” 하고 내가 인사를 한즉, “댁에서들 모두 태평하시구, 완장 선생께도 소식 자주 듣고……. 아 이건 참 노상 해후로구랴!” 또 한 번 감탄하고 나더니, “이리 잠깐 오, 날 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