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전황당인보기(정한숙)-문제 모음 22제(1차) 칼을 들은 수하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인면을 내려다보았다. 전기 사정이 나빠 등불을 켜고 심지를 돋운 탓인지 기름 냄새가 몹시 사나웠다. 석운 이경수지인(石雲李慶秀之印)…… 다음은 인수를 새길 차례다. 산홍이가 옆에서 달여 놓은 차를 한 잔 마시고 난 수하인은 눈을 지그시 내리 감았다. 인수에다 무엇을 새길까를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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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센 봉숭아(공선옥)-문제 모음 16제(1차) 용우 말대로 편의점과 라면집, 단 두 곳으로도 ‘어리다고 사람 취급 안 하는’ 세상인심을 내가 알게 될 줄이야! 나는 박살이 난 봉숭아 화분을 다시 한 번 걷어차다 그만 내가 나둥그러졌다. 내 비명 소리에 밖을 내다보던 아줌마가 악을 쓰며 뛰어나오는데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물론 파나 당근을 썰던 칼이었겠지만 그래도 칼은 칼인지라 와락 겁이 났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쳤다. 줄행랑을 치면서도 진짜 잘못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왜 내가 도망을 치고 있나 싶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씩씩대고 집에 가면 왜 씩씩대고 들어오느냐, 하는 물음이 올 것이고 그러면 나는 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골치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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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캐럴 5(최인훈)-문제 모음 11제(1차) 그런 일이 있은 지 한 달쯤 지나니 내 겨드랑에 생긴 이변의 전모가 대강 드러났다. 파마늘은 어김없이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솟구친다는 것. 방에 있으면 쑤시고 밖에 나가면 씻은 듯하다는 것. 까닭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것 등이었다. 의사는 나에게 전혀 이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간에는 내 겨드랑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의 괴로움은 비롯되었다. 파마늘은 전혀 불규칙한 사이를 두고 튀어나왔다. 연이틀을 쑤시는가 하면 한 일주일 소식을 끊고 하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이지 이렇게 줄곧 밖에서 새운다는 것은 못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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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조세희)-문제 모음 12제(1차) 나는 아주 단순한 세상을 그렸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보다도 단순했다. 달에 가서 천문대 일을 보겠다는 것이 아버지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었다면 아버지는 오십 억 광년 저쪽에 있다는 머리카락좌의 성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쌍한 아버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몸은 화장터에서 반 줌의 재로 분해되고, 영호와 나는 물가에 서서 어머니가 뿌려 넣는 재를 보며 울었다. 난장이 아버지가 무기물로 없어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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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대령(천승세)-문제 모음 9제(1차) 내심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멸시의 조소를 그에게 보내고 있던 나의 가슴속에서 뭉클뭉클 솟는 게 있었다. 포대령의 진지한 시선은 상관으로서의 위엄을 과시하는 게 아니었고 뭔가 애절한 하소와 동감의 요구를 절실하게 절규하고 있는 것이었다. 포대령의 분노는 곧 인정의 황막한 단절 속에다 끈을 대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설정한 가정 세계에다 절대적인 자위로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군대 사회에 대한 끈질긴 집념이 그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한 지극한 우연에서 얻어진 하찮은 나나 채석장의 폭음 따위도 그에게 있어서는 필연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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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리(김성한)-문제 모음 10제(1차) 채색 구름이 감도는 올림포스산 최고봉에 자리 잡은 제신(諸神)의 대리석 궁전은 휘황찬란하였다. 문지기만 하여도 눈이 부셔서 잘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연못에서 최고봉까지 꼬박 일주일 동안 험한 산길을 더듬어 오른 개구리들은 기진맥진하였다. 개중에는 도중에서 쓰러진 자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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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황석영)-문제 모음 11제(1차) 청년이 넙죽 절을 했다. 당황한 노인이 끄응, 하면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노인은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드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뉘시던가? 저는…… 감나무집…… 하며 그가 사이를 떼는데, 노인이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아랫배에서 무슨 덩어리가 끓어올라 온몸을 훑고 터져 나오는 듯한 기침 속에서 노인이 간신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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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님의 겨울(최일남)-문제 모음 13제(1차) [앞부분의 줄거리] ‘나’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 누님은 학교 교육도 못 받고 가는귀까지 먹어 시집을 두 번이나 갔다가 모두 쫓겨 온다. 신탁 통치를 둘러싸고 세상이 혼란한 겨울 무렵 방물장수의 주선으로 누님은 아이가 셋 딸린 직업도 없는 홀아비와 맞선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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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윤흥길)-문제 모음 12제(1차) 호랑이 사건 이후부터 윤봉이에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연설 흉내만이 아니라 군가를 부르는 데도 그 특이한 재주를 발휘하여 잠깐 사이에 우리 마을의 명물로 등장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을 어디를 가나 윤봉이의 인기가 대단한 것에 가족들인 우리까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내놓은 바보로 이제까지 거들떠도 안 보던 사람들이 우리 윤봉이를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마을 정자마당에 들르는 것이었고 길을 가다가도 꼭꼭 불러 세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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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녀도(김동리)-문제 모음 19제(1차) 모화 집 마당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잡풀이 엉기고 늙은 개구리와 지렁이들이 그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동안 거의 굿을 나가지 않고, 매일 그 찌그러져 가는 묵은 기와집, 잡초 속에서 혼자서 징, 꽹과리만 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화가 인제 아주 미친 것이라 하였다. 모화는 부엌에다 오색 헝겊을 걸고, 낭이의 그림으로 기를 만들어 달고는, 사뭇 먹기조차 잊어버린 채 입술은 먹같이 검어지고 두 눈엔 날로 이상한 광채가 짙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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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방(최인호)-문제 모음 20제(2차) (2023학년도 수능완성 기출, 변형 포함) “누구요?” 그는 조심스럽게 소리를 지른다. 그의 목소리는 진폭이 짧게 차단된다. 그는 갇혀 있음을 의식한다. 벽 사이의 눈을 의식한다. 그는 사납게 소파에 누워, 시선에 닿는 가구들을 노려보기 시작한다. 모든 가구들이 비 온 후 한결 밝아 오는 나뭇잎처럼 밝은 색조를 띠고 빛나기 시작한다. 그는 스푼을 집요하게 젓는다. 설탕물은 이미 당분을 포함하고 뜨겁게 달아 있으나 설탕은 포화 상태를 넘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도 그는 계속 스푼을 젓는다. 갑자기 그는 그의 손에 쥐어진 손잡이가 긴 스푼이 여느 스푼이 아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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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극장(박태순)-문제 모음 18제(1차) 정부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며 모인 데모대는 어느 순간 정치 깡패인 임화수가 운영하던 극장으로 가자는 구호와 함께 평화 극장으로 향하고, 데모대에 끼어 있던 ‘나’는 그들과 함께 극장으로 들어간다. 극장에 들어간 데모대는 점차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극장의 기물을 부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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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범 경작생(박영준)-문제 모음 18제(2차) 길서는 면장의 말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에게 조금이라도 재미 업슨 말을 해서 비위에 거슬리게 하면 자기도 끼니 때를 굶고 지나는 동네 소작인들이나 다름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디 일본은 둘째로 하고라도 묘목도 못 팔아 먹을 것이며 그런 말이 보통학교 교장 귀에 들어가면 돈도 빌어다 쓸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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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인한 도시(이청준)-문제 모음 12제(1차) 젊은이는 사내가 새를 사주지 않는 데 대한 원망의 기색은 손톱만큼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될수록 사내가 난처해질 소리들만 골라서 그를 괴롭게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결국은 사내 스스로가 견디질 못하고 가게를 떠나게 하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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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찬성과 에반(김애란)-문제 모음 10제(1차) 하루 또 하루가 갔다. 인간 시계로 이 년, 개들 시력(時歷)으로 십 년이 흘렀다. 찬성과 에반은 어느새 서로 가장 의지하는 존재가 됐다. 비록 움직임이 굼뜨고 귀가 어두웠지만 에반은 여느 개처럼 공놀이와 산책을 좋아했다. 찬성이 보푸라기인 테니스공을 멀리 던지면 에반은 찬성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반드시 공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무언가 제자리에 도로 갖고 오는 건 에반이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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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문제 모음 20제(1차) 그런데 문제는 담임 선생에게서부터 비롯됐다. 다른 반 담임들은 모두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청소를 지휘하고 감독했건만 우리 반 담임은 겨우 일만 자신이 나서서 몫몫이 나누어 주었을 뿐, 검사는 여느 때처럼 석대에게 맡기고 일찌감치 없어져 버린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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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각의 나비(박완서)-문제 모음 12제(1차) 이 작품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를 두고 영주와 영탁 남매가 벌이는 갈등과 홀어머니의 아픔이 잔잔하게 드러난 소설이다. 특정 인물인 영주를 초점 화자로 내세워 자신과 함께 삶을 헤쳐 온 어머니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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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가(정한숙)-문제 모음 10제(1차) 김씨 종가의 종손인 필재는 일제 강점기이던 어린 시절 종가의 전통을 이으려는 할아버지와 새로운 문물을 따르려는 숙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해방 후 필재는 서울로 공부를 하러 가고 필재의 할아버지와 첩 사이에서 낳은 자식인 태식은 자신을 종의 자식으로 여기며 고향에 남아 좌익 운동을 하는 한편 종가의 뜰 안 나무들을 베어 팔아 버린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필재가 고향으로 내려온 후 6·25 전쟁이 발발하였고, 필재가 흠모하던 길녀도 좌익 운동에 가담한다. 이후 인민군이 후퇴하게 되는 상황에서 태식은 길녀와 함께 산으로 간다는 말을 남긴 채 필재의 할머니가 거처하던 방에 불을 지르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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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습 환자(최인호)-문제 모음 13제(1차) 일 층, 이 층, 삼 층, 사 층, 모든 병동은 밤에도 환히 눈을 뜨고 있었다. 간호원들은 병실과 병실 사이를 부산스레 헤매고 있었고, 간혹 의사들은 ‘비상’을 알리는 주번 하사 같은 기민한 동작으로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균을 잡아먹는 백혈구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무표정하고 뻣뻣한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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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향(이호철)-문제 모음 19제(2차) 어느 날 저녁 광석이는 작업반 반장을 끌고 왔다. 두찬이는 화차 칸에 벌렁 누운 채 아는 체도 안 했다. 하원이는 귀빈이라도 온 듯이 퍽으나 대견스러워해다. 광석이는 술 몇 사발 값이나 내놨다. 하원이는 곧 술을 받으러 갔다. 겸해서 초 한 자루도 사왔다. 그제서야 두찬이는 일어나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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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질 청년(김원우)-문제 모음 12제(1차)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어려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단숨에 염색 공장을 찾아온 사연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경집이 형이 차 사고를 냈어요. 피해자 쪽에서 5주 진단을 끊어 와서 을러대고 있어요. 타협 볼라고 하는데 미적거리다가 구속으로 떨어질까 봐 걱정들 하고 있어요. 셋째 형이 판사로 있는 동창생을 만나 손을 써보겠다는데 어째 불안해요. 아버지에게는 그냥 제가 알리러 왔어요. 너무 걱정은 마세요. 잘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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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시대(박경리)-문제 모음 13제(1차) 진영은 법당 축돌 위에 주저앉았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그저 돈이 있어야지요’하던 말이 되살아온다. 물론 처음부터 거래였다. 그렇다면 화폐의 액수에 띠라 문수에 대한 추모의 정이 계산된단 말인가. 진영이 그러한 울분에 젖어 있을 때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그 서장은 부인인 듯싶은 젊은 여인이 주지 중에게 인도되어 법당으로 틀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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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너머 남촌(이문구)-문제 모음 12제(1차) 권중만이는 벌써 오륙 년째나 동네를 드나드는 밭떼기 전문의 채소 장수였다. 동네에서 채소를 돈거리로 갈기 시작한 것도 권을 보고 한 일이었다. 권의 발걸음이 그치지 않는 한 안팎 삼 동네의 채소는 사철 시장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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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투른 도적(현진건)-문제 모음 10제(1차) ‘나’는 창의문 밖으로 이사한 이후 집안일을 해 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도심에서 먼, 시골에 가까운 ‘나’의 집에 일을 하러 왔다가도 오래 있으려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힘겹게 연이 닿아 어느 할멈을 일하는 사람으로 맞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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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윤흥길)-문제 모음 19제(1차)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밤, 외할머니는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전사하였다는 통지를 받는다. 이후부터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는 빨치산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친할머니는 빨치산에 나가 있는 자기 아들로 인해 외할머니와 갈등하게 된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아들, 즉 삼촌이 죽었을 것이라고 믿지만 할머니는 점쟁이의 예언을 근거로 아들의 생환을 굳게 믿는다. 그런데 예언한 날이 되어도 아들은 돌아오지 않고 난데없이 심하게 다친 구렁이 한 마리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할머니는 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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