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박완서)-문제 모음 25제(2차) [앞부분 줄거리] 1·4 후퇴의 북적이던 피란길에서 수지는 먹을 것을 빼앗기기 싫어 동생 오목의 손을 일부러 놓아 버린 채 혼자 가족에게로 돌아오고, 가족을 잃은 오목은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성장한다. 전쟁 중 부모를 모두 잃은 수지와 오빠 수철은 부모의 유산으로 유복한 생활을 하는데, 고아원에서 자란 오목은 입시 학원의 급사로 취직하여 그곳을 거처 삼아 지내다가 설 연휴가 되자 혼자 남게 된다. 고아로 자랐으면서도 그렇게 홀로 있어 보긴 처음이어서 목이는 그 무서움증을 이겨 보려고 이렇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그러면 사면의 벽이 즉각 같은 물음으로 그녀를 조소했다.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그 악랄한 조소에 그녀는 위축되고 마침내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릴 것 같았다. 외부를 향해 굳게 셔터가 내려진 7층 건물 속의 정적과 공허는 그녀가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거대한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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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의 빛(이청준)-문제 모음 27제(1차) 여자가 이윽고 뭔가 사내를 달래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리를 고쳐 앉았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그녀 앞에 안고 있던 북통과 장단 막대를 말없이 사내 앞으로 밀어 놓았다. 소리를 청해 들을 양이면 이제부턴 장단을 좀 잡아 달라는 시늉이었다. 소리를 청해 들을 만한 사람에겐 흔히 해 온 일이었다. 여자는 으레 손님의 솜씨를 믿는 얼굴이었다. 여자의 갑작스런 주문에 이번에는 오히려 사내 쪽이 뜻밖인 모양이었다. 여자가 밀어 보낸 북통을 앞에 한 사내의 눈길엔 졸지에 일을 당하고 당황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여자의 눈길은 거의 일방적으로 손님을 강요해 오고 있는 식이었다. “하두 오래 손을 잡아 본 일이 없어서……. 내 장단이 자네 소리에 잘 맞아 들지 모르겠네…….” 사내도 마침내는 여인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듯 천천히 자기 앞으로 북통을 끌어당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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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꺼삐딴 리(전광용)-문제 모음 24제(2차) 이인국 박사의 병원은 두 가지의 전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병원 안이 먼지 하나도 없이 정결하다는 것과, 치료비가 여느 병원의 갑절이나 비싸다는 점이다. ㉠그는 새로 온 환자의 초진(初診)에서는 병에 앞서 우선 그 부담 능력을 감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신통치 않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무슨 핑계를 대든, 그것도 자기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간호원더러 따돌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환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경우 예진(豫診)은 젊은 의사들이 했다. 원장은 다만 기록된 진찰 카드에 따라 환자의 증세에 아울러 경제 정도를 판정하는 최종 진단을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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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 김 씨(이문구)-문제 모음 18제(1차) 속으로는 떨떠름했으나 김도 주눅들지 않고 내뻗었다. “가뭄에 물치기는 땅임자의 도리구 조상에 효도유. 왜 그류?” 중년 사내가 천북면 수리 담당이거나 장승골에 사는 그 비스름한 것이려니 싶어 김은 더욱 뚝심에 기운을 모았다. 중년 사내가 말했다. “왜 그류? 왜 그러겄구먼…… ㉠남의 재산을 불법적으루 쓰구두 가뭄 핑계만 대면 단 중 아셔?” 중년이 대들려는 짓둥이를 하자 김은 급한 김에 말도 안 되는 대꾸를 했다. “내가 원제 불법적으루 썼슈. 물법적으루 썼지. 뇡민이 논에 물을 대는 건 당연히 물법적인 거유.” 그러자 중년은 어이가 없는지, 불이 일고 있던 눈을 끄먹거려 끄면서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끙  — 뭘 아는 사람이래야 말 같은 소리를 듣지…… 내 새끼두 야중에 이런 사람 될라 미서서 이 노릇 못집어친다니께. 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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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쥐잡기(김소진)-문제 모음 20제(1차) 휴전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아침 식사 뒤 열외 한 명 없이 모두 퀸셋 안에 대기하고 있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날 아침 따라 유별나게 어린아이 ⓐ주먹만한 고깃덩이들이 걸려서는 모두들 포식을 한 다음 담벼락 밑에 옹기종기 모여 해바라기를 하며 담배를 한 대씩 돌려 피고 나서야 퀸셋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수용소 안에서는 술이니 담배니 할 것 없이 다 뒤거래가 되고 있었다. 내려온 명령의 내용을 듣고는 모두들 기가 턱 막혔다. 이쪽에 그대로 남을 사람 저쪽으로 되돌아갈 사람을 가르는데 ⓑ호각 소리 하나로 판가름을 한다는 것이었다. 호각 소리에 따라 복도 하나 사이에 두고 이북 갈 사람은 저쪽에 앉고 이남에 남을 사람은 이쪽에 앉으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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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탑(황석영)-문제 모음 12제(1차) [앞부분 줄거리] 베트남 전쟁에 참전 중인 ‘나’는 보충병으로 차출되어 작전 지역인 R. POINT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한 분대의 병사들과 함께 월남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오래된 탑을 지키라는 무모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교전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작전이 변경되어 미군까지 철수한 날 밤 적과의 치열한 마지막 전투를 치르게 된다. 여러 개의 드럼통이 한꺼번에 굴러가는 듯한 소리로 클레이모어가 터지고, 돌격하던 게릴라들의 몸이 위로 펄쩍 솟았다가 떨어졌다. 방벽을 넘으려던 게릴라들도 직선으로 날아간 파편에 맞아 굴러떨어진다. 호각 소리가 길게 한 번 들리면서 적의 사격이 멎었다. 차가운 정적이 이 소강상태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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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하촌(김정한)-문제 모음 25제(2차) 봇목에 논을 가지고서도, ‘유아독존’ 식으로 날뛰는 절 사람들의 세도에 눌려 흘러오는 물조차 맘대로 못댄 곰보 고 서방은, 마침내 딴은 큰맘을 먹고 자기 논 물꼬를 조금 더 터놓았다. 그러자 그걸 본 한 양반이 빽 소리를 내지르며 쫓아왔다. 오더니 다짜고짜로, ㉠“왜 또 손을 대요?” “인제 물도 다 돼 가고 하니 나두 좀 대야지요.” 하다가 고 서방은 자기 말이 너무나 약한 것을 깨닫고 한마디 더 보태었다. ㉡“그리고 당신 논에는 물이 벌써 철철 넘고 있지 않소.” “뭐? 넘어? 어디 넘어? 이 양반이 눈이 있나 없나?” 하며 그는 곰보 논 물꼬를 봉하려고 들었다.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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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발탄(이범선)-문제 모음 29제(1차) 피! 이건 분명히 피다! 철호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슬그머니 물 속에서 손을 빼 내었다. 그러자 이번엔 대야 밑 바닥에 한 사나이의 얼굴을 보았다. 철호의 눈을 마주 쳐다보는 그 사나이는 얼굴의 온 근육을 이상스레 흐룰흐룰 움직이며 입을 비죽거려 웃고 있었다. 이마에 길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 밑에 우묵하는 괘인 두 눈. 깎아 진 볼, 날카롭게 여윈 턱. 송장처럼 꺼멓고 윤기 없는 얼굴. 그것은 까마득한 원시인(原始人)의 한 사나이였다. 몽둥이 끝이, 모난 돌을 하나 칡덩굴로 아무렇게나 잡아메서 들고 동굴속에 남겨 두고 나온 식구들을 위하여 온 종일 숲속을 맨발로 헤매고 다니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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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을 찾아서(이순원)-문제 모음 28제(1차) 아부제는, 나는 빈 몸으로 오고 아부제는 말을 가져왔으니 나는 차를 타고 내려가고 아부제는 내일 산에서 간조패들이 내려오면 돈을 마저 받은 다음 말을 끌고 내려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나도 아부제하고 함께 내려가겠다고 했다. 가방까지 들고 나왔는데도 그날 하루 더 영자 누나 방에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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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영탑(현진건)-문제 모음 15제(1차) [앞부분의 줄거리] 화랑도를 숭상하는 ‘유종’과 당나라를 숭상하는 ‘금지’는 내심 서로 못마땅해 한다. 이런 가운데 ‘금지’는 아들 ‘금성’과 ‘유종’의 딸 ‘주만’과의 혼사를 진행하려 한다. 설령 금성이가 출중한 재주와 인물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유종은 이 혼인을 거절할밖에 없었으리라. 첫째로 금지는 당학파의 우두머리가 아니냐. 나라를 좀먹게 하는 그들의 소위만 생각해도 뼈가 저리거든 그런 가문에 애 딸을 들여보내다니 될 뻔이나 한 수작인가. 도대체 당학*이 무에 그리 좋은고. 그 나라의 바로 전 임금인 당 명황(唐明皇)만 하더라도 양귀비란 계집에게 미쳐서 정사를 다스리지 않은 탓에 필경 안녹산(安祿山)의 난을 빚어내어 오랑캐의 말굽 아래 그네들의 자랑하는 장안이 쑥밭을 이루고 천자란 빈이름뿐, 촉나라란 두메 속에 오륙 년을 갇히어 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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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일기(이승우)-문제 모음 12제(1차) 어느 여름날 나는 얼음과자를 사 먹기 위해 아버지의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훔쳤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천 원짜리가 한 장만 있었다면 몰라도 다섯 장이나 있었다. 다섯 장 가운데 한 장 없어진 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버지가 그렇게 꼼꼼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돈을 빼내고, 얼음과자를 사기 위해 달려가고, 마침내 그 달콤하고 차가운 얼음과자를 입에 넣고 빨 때까지 나의 범죄가 들통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 단단한 확신의 원천은 욕망이었다. 달콤하고 시원한 얼음과자를 입에 넣고 빨아먹고 싶은 너무 큰 욕망이 염려와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얼음과자의 부피가 줄어들고 숨어 있던 막대가 드러나면서 염려와 불안은 서서히 깨어났다. 그렇게 단단하던 확신은 어느 순간 얼음과자 녹듯 녹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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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죽는 사람(조해일)-문제 모음 12제(1차) [앞부분의 내용] 단역 전문 배우인 ‘그’는 일요일에도 촬영장에 나가 주인공인 신장균에 맞서는 악역 고독성의 졸개 역할을 맡아 촬영의 마지막 장면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마지막 대회전, 오늘의 주인공인 신장균과 고독성의 최후의 결판을 위해 장소가 어느 이름을 알 수 없는 왕릉으로 옮겨졌을 때 가을 햇빛은 이미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다. 어느 임금의 능인지는 알 수 없으되 그 거대한 규모의 무덤 앞에는 그 임금의 생전의 위용을 말해주는 번듯하고 널따란 잔디밭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잔디밭은 이제 한여름의 푸름을 잃고 시들어져 누른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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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젠하워에게 보내는 멧돼지(윤흥길)-문제 모음 13제(1차) [앞부분 줄거리] 국민학교 2학년생인 ‘나’는 걸구대(궐기대회)가 열릴 때마다 멧돼지를 서너 마리씩 미국 대통령이나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외국 귀인들에게 보낸다는 것을 알고 의아해 한다. 어린 소견에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런 식으로 마구 보내 주다가는 오래지 않아 나라 안의 멧돼지는 깡그리 씨가 마를 판이었다.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육고기가 부족한 가난뱅이 나라에서 서양 부자 나라의 지체 높은 양반들한테 뭣 때문에 툭하면 그 귀한 멧돼지들을 보낸단 말인가. 또 보낸다면 그 멀고 먼 나라까지 무슨 수로,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그 짐승들을 보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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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산(이호철)-문제 모음 21제(2차) [앞부분 줄거리] 첫눈이 내린 어느 날 아침, ‘나’와 아내는 흰 남자 고무신 한 짝이 마당에 떨어진 것을 보고 왠지 모르는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나’는 고무신짝을 보면서 어린 시절 이북에 살 때 밭에 떨어진 지까다비짝을 보고 공포를 느꼈던 기억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밭에 버려진 신짝 하나를 보고 공포에 떤 일이 있다. 비 오는 속의 무밭에 앞대가리 부분이 무잎이 무성한 밭 속에 처박혀 있는 검정색 ‘지까다비[地下足]’짝이었다. 발뒤축께의 세 개의 호크까지 말짱하던 일이 지금도 뒷등이 선득할 만큼 기억에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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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예(오상원)-문제 모음 32제(1차) 얼마나 산속 깊이 들어왔는지 모른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누웠을 때는 이미 새벽이 가까워서였다. 몹시 춥다. 몸을 약간 꿈틀거려 본다. 전 근육이 추위에 마비되어 감각을 잃은 것만 같다. 인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렴풋이 눈 속에 부서지는 구둣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시간이 된 모양이다. 몸을 일으키려고 움직거려 본다. 잠시 몽롱한 시각이 흐른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몹시 춥다. 왜 오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몽롱하게 정신이 흩어진다. 전공 과목은? 왜 동무는 법과를 선택했었소? 어렸을 때부터 벌써 동무는 출신 계급적인 인습 관념에 젖어 있었소, 그것을 버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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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마(김동리)-문제 모음 21제(2차) 성기에게 역마살이 든 것은 어머니가 중 서방을 정한 탓이요, 어머니가 중 서방을 정한 것은 할머니가 남사당에게 반했던 때문이라면 성기의 역마 운도 결국은 할머니가 장본이라, 이에, 할머니는 성기에게 중질을 시켜서 살을 떼려고도 서둘러 보았던 것이고, 중질에서 못다 푼 살을, 이번에는, 옥화가 그에게 책 장사를 시켜서 풀어 보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성기로서도 불경(佛經)보다는 암만해도 이야기책에 끌리는 눈치요, 중질보다는 차라리 장사라도 해 보고 싶다는 소청이기도 하여, 그러나, 옥화는 꼭 화개장만 보이기로 다짐까지 받은 뒤, 그에게 책전을 내어 주기로 했던 것이었다. 성기가 마루 앞 축대 위에 올라서는 것을 보자 옥화는 놀란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더운데 왜 인제사 내려오냐?” 곁에 있던 수건과 부채를 집어 그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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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상의 눈물(전상국)-문제 모음 20제(2차) 새 학년이 시작된 고등 학교 2학년 학급, 담임은 자율이란 말로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고, 최기표를 중심으로 한 재수파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장악하려 한다. 의욕에 찬 담임은 반장 임형우와 함께 최기표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형우는 시험 시간에 기표에게 커닝 쪽지를 돌리려 했다가 그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어 그에게 린치를 당한다. 형우는 가해자인 기표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음으로써 의리의 영웅이 되고, 피를 판 돈을 기표에게 바치던 재수파가 그에게 용서를 빈다. 얼마 후 형우는 담임과 함께 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재수파의 행동을 미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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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를 위하여(황석영)-2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에또, 학기두 바뀌구 했으니까…… 오늘은 자습 후에 반장 선출을 해 보는 것두 학습이 될 거다. 상급생이 됐으니까 그만한 자치 능력도 생겼을 줄 믿는다. 그런데 석환이 말고 누가 의장 노릇을 했으면 좋을까…… 누가 좋겠니?” 메뚜기가 묻자 앞의 꼬마들이 요란하게 떠들어 댔다. “이영래요. 걔가 잘해요.” 메뚜기가 영래를 불러내어 “반장과 함께 조용히 자습을 시킨 뒤에, 자치 회의를 해라.” 이르고 훌쩍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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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이 삼촌(현기영)-18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국민학교 3, 4학년에서 일 년째 쉬고 있던 나와 길수 형도 대창을 하나씩 들고 막(幕)을 지키러 나가곤 했다. 순이 삼촌도 만삭의 몸인데도 우리 초소에 대창 들고 막 지키러 나왔다. 사건 날의 그 무서운 공포를 겪었는데도 아기는 떨어지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사건 날 오누이를 한꺼번에 잃은 삼촌에게는 배 속의 아기가 유일한 씨앗이었다. 어려운 시절에 아기를 가진 삼촌은 먹을 것을 구하느라고 그야말로 눈이 벌게 있었다. 만삭의 몸이라 물질은 못하고 하루 종일 땡볕에 갯가를 기어 다니며 굴, 성게를 까 먹고, 게, 보말(갯우렁이) 따위를 잡았다. 밤에 초소막에 나올 때는 보말 삶은 것 한 채롱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는 우리에게 먹어 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밤새도록 혼자서 걸귀처럼 까 먹어 대곤 했다. 여자가 아기를 배면 사정없이 먹어 댄다는 걸 몰랐던 나는 순이 삼촌이 걸신들려 실성하지 않았나 생각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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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난이대(하근찬)-2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만도는 정신이 아찔했다. 공습이었던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어 달려든 비행기가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것이었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 한 대가 뒤따라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그만 넋을 잃고 굴 안으로 도로 달려 들어갔다. 달려 들어가서 굴 바닥에 엎드리고 말았다. 그 순간이었다. 쾅! 굴 안이 미어지는 듯하면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졌다. 만도의 두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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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대(염상섭)-2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누가 돈 쓰는 것을 아랑곳하랬나? 누가 저더러 돈을 쓰라니 걱정인가? 내 돈 가지고 내가 어떻게 쓰든지…….”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에…….” 조금 뜸하여지며 부친이 쌈지를 풀어서 담배를 담는 동안에 상훈이는 나직이 말을 꺼냈다. “……돈 쓰신다고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마는 어쨌든 공연한 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첫째 잘못이란 말씀입니다.” “무에 어째 공연한 일이란 말이냐?” 부친의 어기는 좀 낮추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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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신과 머저리(이청준)-2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상처를 입은 노루는 설원에 피를 뿌리며 도망쳤다. 사냥꾼과 몰이꾼은 눈 위에 방울방울 번진 핏자국을 따라 노루를 쫓았다. 핏자국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노루가 피를 쏟고 쓰러져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흰 눈을 선연하게 물들이고 있는 핏빛에 가슴을 섬뜩거리며 마지못해 일행을 쫓고 있었다. 총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후회가 가슴에서 끝없이 피어올랐다. <나>는 차라리 노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기 전에 산을 내려가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망설이기만 할 뿐 가슴을 두근거리며 해가 저물 때까지도 일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핏자국은 끝나지 않았고, <나>는 어스름이 내릴 때에야 비로소 일행에서 떨어져 집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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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북(최일남)-24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정작 문제가 터진 건 손님들이 돌아가고 난 후였다. 아들은 민 노인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잡았다. 아버지는 왜 제 체면을 판판이 우그러뜨리냐는 게 항변의 줄거리였다. 그 녀석들은 아버지의 북소리를 꼭 듣고 싶어서 청한 것이 아니라, 그 북을 통해 자기의 면목이나 위치를 빈정대기 위해서 그러는 것임을 왜 모르냐고, 민 노인의 괜찮은 기분을 구석으로 떼밀어 조각을 내었다. 아들 옆에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며느리는, 차라리 더 많은 힐난을 내쏘고 있음을 민 노인은 모르지 않았다. 아들 내외는 요컨대 아버지가 그냥 보통 노인네로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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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산댁이(오영수)-1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무슨 관청 같은 집도 화산댁이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아들을 만난 반가움보다도 수세미처럼 엉클리는 심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빨간 스웨터를 입고 너덧 살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말끄러미 화산댁이를 바라보고 “아부지, 이거 누고 응?” / 화산댁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손녀딸이다. “할메다!” / “우리 할메?” / “음!” 아들은 맥없는 대답을 하면서 헌 고무신 한 켤레를 내왔다. 화산댁이는 걸레로 터실터실 불은 발뒤꿈치 더더기를 훔치면서, “그렇기, 나고는 첨 보니…….” 하는데 아들은 손끝에 짚세기를 걸고 나가 쓰레기통에다 던져 버렸다. 고무신이 대견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 걷는 데는 짚세기가 고작인데 하니 아직 날도 안 드러난 짚세기가 화산댁이는 못내 아까웠다. 다다미방도 어색했지만, 눈이 부시도록 번들거리는 의롱이 두 개나 놓였고, 그 옆에는 앉은키만 한 경대도 놓였다. 벽에는 풀기 없는 무색옷들이 쭈르르 걸렸다. 모든 것이 낯선 것들이었다. ㉠모든 것이 손도 못 댈 것 같고 주저스럽고 조심스럽기만 했다. 우선 어디가 구들목이며 어디 어떻게 앉아야 할지, 마치 종이 상전 방에 불려 온 것처럼 앉을 자리부터가 만만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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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말뚝 2(박완서)-문제 모음 28제(2차)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나’는 친정어머니가 눈길에 넘어져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간다. 다리 골절로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듣고 노령의 어머니가 큰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가족들을 보내고 홀로 병실에 남은 ‘나’는 어머니의 마취가 풀리기를 기다리다가 잠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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