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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목에 논을 가지고서도, ‘유아독존’ 식으로 날뛰는 절 사람들의 세도에 눌려 흘러오는 물조차 맘대로 못댄 곰보 고 서방은, 마침내 딴은 큰맘을 먹고 자기 논 물꼬를 조금 더 터놓았다. 그러자 그걸 본 한 양반이 빽 소리를 내지르며 쫓아왔다. 오더니 다짜고짜로, ㉠“왜 또 손을 대요?” “인제 물도 다 돼 가고 하니 나두 좀 대야지요.” 하다가 고 서방은 자기 말이 너무나 약한 것을 깨닫고 한마디 더 보태었다. ㉡“그리고 당신 논에는 물이 벌써 철철 넘고 있지 않소.” “뭐? 넘어? 어디 넘어? 이 양반이 눈이 있나 없나?” 하며 그는 곰보 논 물꼬를 봉하려고 들었다.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