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는 떨떠름했으나 김도 주눅들지 않고 내뻗었다. “가뭄에 물치기는 땅임자의 도리구 조상에 효도유. 왜 그류?” 중년 사내가 천북면 수리 담당이거나 장승골에 사는 그 비스름한 것이려니 싶어 김은 더욱 뚝심에 기운을 모았다. 중년 사내가 말했다. “왜 그류? 왜 그러겄구먼…… ㉠남의 재산을 불법적으루 쓰구두 가뭄 핑계만 대면 단 중 아셔?” 중년이 대들려는 짓둥이를 하자 김은 급한 김에 말도 안 되는 대꾸를 했다. “내가 원제 불법적으루 썼슈. 물법적으루 썼지. 뇡민이 논에 물을 대는 건 당연히 물법적인 거유.” 그러자 중년은 어이가 없는지, 불이 일고 있던 눈을 끄먹거려 끄면서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끙 — 뭘 아는 사람이래야 말 같은 소리를 듣지…… 내 새끼두 야중에 이런 사람 될라 미서서 이 노릇 못집어친다니께. 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