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서울 1964년 겨울(김승옥)-55문제(4차. 서술형 포함. 여관 장면) [I410-113-24-02-088610697]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방에 드는 게 좋겠지요.”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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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산 바가지(박완서)-41문제(2차. 서술형 포함) [I410-111-24-02-088582112] 이 작품은 아들과 딸을 구분하지 않고 태어난 손주들을 경건하게 맞이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생명 존중 사상을 환기하면서, 남아 선호 사상의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부양 문제로 갈등하던 ‘나’가 ‘해산 바가지’를 통해 시어머니의 생명 존중 의식을 환기하여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겪는 노인 소외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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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서사, 극 갈래(봄봄_김유정)-72문제(봄봄_오태석. 2015 금성 고등 국어 대비) (I410-113-24-02-088184610) [앞부분 줄거리] ‘나’는 점순이가 다 크면 성례를 시 켜주겠다는 장인의 말만 믿고 점순이네 농사일을 도맡아 한다. 그러나 장인은 점순이가 다 크지 않았다는 핑계로 성례를 미루고, 화가 난 나는 구장에게 가서 판결을 받고자 한다. ‘나’는 구장에게 가는 길에 그 전날 있었던 점순이와의 일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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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2). 화법과 작문의 관습과 문화(유자소전_이문구)-33문제(2015 개정 고등 지학사 화법과 작문 대비) (I410-113-24-02-088017392) 하루는 어디로 어디로 해서 어디로 좀 와 보라고 하기에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귀꿈맞게도 붕어니 메기니 하고 민물고기로만 술상을 보는 후미진 대폿집이었다. 나는 한내를 떠난 이래 처음 대하는 민물고기 요리여서 새삼스럽게도 해감내가 역하고 싫었으나, 그는 흙탕 내도 아니고 시궁 내도 아닌 그 해감내가 문득 그리워져서 부득이 그 집으로 불러냈다는 것이었다. “허울 좋은 하눌타리지, 수챗구녕 내가 나서 워디 먹겠나, 이까짓 냄새가 뭣이 그리워서 이걸 다 돈 주구 사 먹어, 나 원 참, 취미두 별 움둑가지 같은 취미가 다 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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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가(공선옥)-내신 기출 28문제(2015 비상 중등 국어) (I410-ECN-0102-2023-000-001623147) 그날은 봄 방학을 한 날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귀가했다. 우리 집으로 오르는 언덕길에서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좀 힘들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갈까 어쩔까 하다가 힘들더라도 그냥 타고 가기로 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다른 날보다 힘이 남아도는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미옥이 때문이라고 한다면 좀 남세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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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백꽃(김유정)-내신 기출 29문제(1차) (I410-ECN-0102-2023-000-002076506)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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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선생님(채만식)-내신 기출 38문제(1차) (I410-ECN-0102-2023-000-002076460) 박 선생님은 생긴 것부터가 무척 이상하게 생긴 선생님이었다. 키가 한 뼘밖에 안 되어서 뼘생 또는 뼘박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박 선생님의 키는 키 작은 사람 가운데에서도 유난히 작은 키였다. 일본 정치 때에, 혈서로 지원병을 지원했다. 체격 검사에 키가 제 척수에 차지 못해 낙방이 되었다면, 그래서 땅을 치고 울었다면, 얼마나 작은 키인지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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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배(윤후명)-내신 대비 28문제 천산에서 흘러내린 얼음물이 내를 이루어 사막의 호수를 향해 흘러가는 곳에 이르러 소년은 멀리 동쪽을 향하고 섰습니다. 그 길로 더 나아가면 지난해 할아버지가 동쪽으로 고향이 될 수 있는 대로 가까운 곳에 묻어 달라고 해서 새로이 묘지를 쓴 곳이 나옵니다. 그리고 얼마 전과 다름없이 그곳에도 야생 양귀비꽃 밭이 페르시아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삭사울 나무 대신 커다란 전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에는 까마귀들이 언제나처럼 두릿두릿 걷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들고양이들도 휙휙 지나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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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설공주(이경혜)-내신 기출 33문제(2015 지학사 중등 국어)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이었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왕비가 창가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왕비는 하얀 털실로 태어날 아기가 입을 망토를 짜고 있었다. 왕비는 하얀색을 유난히 좋아해서 커튼도 침대보도 아기가 입을 옷도 모두 하얀색으로 만들었다. 이 왕비가 바로 눈처럼 하얀 피부에 피처럼 붉은 입술, 흑단처럼 검은 머리칼을 지닌 그 유명한 ‘백설 공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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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설공주(이경혜)-내신 기출 21문제(2015 지학사 중등 국어) 어머니가 없어도 흑설 공주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공주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었다. 백성들은 모두 공주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가 막히지. 임금님도 왕비님도 모두 고귀한 하얀 피부를 갖고 계신데, 어째서 공주는 저렇게 온몸이 새까맣지? 어유, 보기 싫어라!” 아버지인 왕마저 공주를 볼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었다. “어허, 어째서 백설 공주의 딸이 흑설 공주가 되었단 말인가? 비록 내 딸이지만 사랑스럽지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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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이순원)-내신 기출 23문제(2015 지학사 중등 국어) “상우야, 이제 많이 어두워졌지?” “예, 별도 하나둘 보이고요.” “이제 몇 굽이만 더 내려가면 우리가 내려가야 할 대관령은 다 내려가는 거야. 거기서부턴 다시 작은 산길로 가면 되고.” “아빠하고 제일 오래 사귄 친구는 누구세요? 전에 할아버지 댁 앞에서 본 아저씬가요?” “그래, 그 아저씨하고도 아주 오래된 친구지. 한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아빠한테 그 친구보다 더 오래된 친구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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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발탄(이범선)-주관식 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가자!” 철호는 멈칫 섰다. 낮에는 이렇게까지 멀리 들리는 줄 미처 몰랐던 어머니의 그 소리가 골목 어귀에까지 들려왔다. “가자!”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골목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철호는 다시 발을 옮겨 놓았다. 정말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그건 다리가 저려서만이 아니었다. “가자!” 철호가 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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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마(김동리)-주관식 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아들 성기가 역마살 때문에 떠돌이가 될까 봐 걱정하던 옥화는 그를 정착시키기 위해 체 장수 영감의 딸 계연과 맺어 주려 하지만, 계연이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계연의 시뻘겋게 상기한 얼굴은, 옥화와 그의 아버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이 성기의 얼굴만 일심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나, 버드나무에 몸을 기댄 성기의 두 눈엔 다만 불꽃이 활활 타오를 뿐, 아무런 새로운 명령도 기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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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장(윤흥길)-주관식 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그해 이른 봄부터 이곡리(利谷里) 일대를 온통 휘젓고 다니며 마냥 으스대는 종술(種述)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물론 종술의 성깔을 익히 아는 이곡리 주민들은 그의 행패가 두려워서 그의 뒷모습을 겨냥하여 주먹으로 쑥덕감자를 먹이기도 하고 혓바닥을 날름 내밀어 보이기도 할 뿐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는 구름 의자에라도 앉은 것같이 더욱 거드름을 피우고 다녔다. 그 자신이 생각하는 임종술과 마을 사람들이 보는 임종술 사이에는 사실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마치 때까치 종류에서 하루아침에 보라매 같은 당당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양 굳게 믿었다. 반면에 사람들은 때까치이던 그가 물까마귀쯤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들은 ㉠때까치 시절의 종술이가 그래도 사람 꼴에 가까웠었다고 회고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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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의 혼(김원일)-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가) 이모네 집에서는 많이도 빌려다 먹었다. 그걸 언제 다 갚을까. 지금은 아무 쓸데도 없는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마저 총살을 당하고 만다면 누가 다 갚게 될까. 아, 나도 이젠 아버지가 없는 아이가 되는 구나. 그런데 아버지는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몰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고 무서워들 하는 그 일을 왜 하고 다녔는지 몰라. 몇 해 전, 해방이 되던 날만 해도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장터에서 만세를 불렀다. 쨍쨍 내리쪼이는 햇빛 아래서 목이 터져라고 조선 독립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언제쯤부터인가? 그렇다. 재작년 겨울부터 아버지는 사람의 눈을 피해 숨어서 다니기 시작했었지. 밤을 낮 삼아 다니기 시작했었지.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간 나타나고, 나타났다간 사라져 버리곤 했었지.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가 무슨 일을 맡아서 그러고 다녔는지는.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를 두고 쑤군쑤군했고 순경들이 자주 우리 집을 들랑거렸지만 재작년 겨울부터 그들은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인지, 누구를 시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쌀 한 톨 생기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걸고 산길을 타고 다닌 아버지의 요술을 어쩜 다른 사람은 알 필요가 없다. 아버지가 하는 짓은 스스로의 문제라는 듯 나에게는 물론 어머니나 이모부에게조차 알리지를 않았으니깐. 꽃이 왜 피는지, 꽃은 향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듯이 세상에는 남이 모를 일이 너무 많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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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땅(임철우)-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뼛조각에 묻은 흙을 정성스레 닦아 내고 있었다. 무슨 귀한 물건마냥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신중히 손질하고 있는 노인의 자그마한 체구를 우리는 둘러서서 지켜보았다. 모두들 한동안 입을 다물었고, 나는 흙에 적셔진 노인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땅속에 누운 사람의 잠을 살아 있는 사람이 깨워서야 되겠소. 또 그럴 수도 없는 법이고. 원통한 넋이니 죽어서라도 편히 눈감도록 해야지, 암. 그것이 산 사람들의 도리요…… 하기는, ㉠이렇게 불편한 꼴로 묶여 있었으니 그 잠인들 오죽했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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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평역(임철우)-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잊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년 사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성냥불을 댕기려다 말고 멍하니 난로의 불빛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의 손바닥들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 소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 올랐다.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불현듯 누군가 나직이 내뱉았다. / 그러자 사람들은 그 말꼬리를 붙잡고 저마다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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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꽃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어머니가 이 꽃을 받고 그처럼 성을 낼 줄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성을 내는 것을 보니까 그 꽃을 내가 가져왔다고 그러지 않고 아저씨가 주더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참 잘되었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성을 내는 까닭을 나는 모르지만 하여튼 성을 낼 바에는 내게 내는 것보다 아저씨에게 내는 것이 내게는 나았기 때문입니다. 한참 있더니 어머니는 나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옥희야, 너 이 꽃 이얘기 아무보구두 하지 말아라, 응.” 하고 타일러 주었습니다. 나는, “응.” 하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여러 번 까닥까닥했습니다. 어머니가 그 꽃을 곧 내버릴 줄로 나는 생각했습니다마는 내버리지 않고 꽃병에 꽂아서 풍금 위에 놓아 두었습니다. 아마 퍽 여러 밤 자도록 그 꽃은 거기 놓여 있어서 마지막에는 시들었습니다. 꽃이 다 시들자 어머니는 가위로 그 대는 잘라 내버리고 꽃만은 찬송가 갈피에 곱게 끼워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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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꽃(선우 휘)-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고 노인은 또 한 번 동굴을 올려다보았다. 저 동굴 안에서 아들이 죽었고 지금 또 손자가 저 속에서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자기도 또한 그것을 목격하며 위기의 순간에 서 있었다. 이 야릇한 숙명적인 불행의 부합, 다시 고 노인은 눈길을 선친의 산소에 돌렸다. 문득 이처럼 가혹한 숙명의 사슬에 엉키도록 자기는 조상의 뼈를 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변사 —— 전쟁 앞에는 과거의 어떠한 원리도 무색해지는 것일까. 혈통이 이어져 뻗어 가는 기준의 상실. 골수에 젖은 풍수 원리를 굳게 믿고 조상의 뼈다귀를 메고 다닌 지난날의 노력의 공허. 그렇게 허탈해 가는 고 노인의 마음속에 차차 하나의 새로운 감정이 흘러들었다. 모두가 기정의 숙명에서 벗어나 있다는 해방감과 다음 순간의 운명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는 어떤 종류의 감동이었다. 그 감동 속에서 고 노인은 팔십 평생에 처음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는 순수한 자기 자신의 의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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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정(이광수)-주관식 13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차가 남대문에 닿았다. 아직 다 어둡지는 아니하였으나 사방에 반작반작 전기등이 켜졌다. 전차 소리, 인력거 소리, 이 모든 소리를 합한 ‘도회의 소리’와 넓은 플랫폼에 울리는 나막신 소리가 합하여 지금까지 고요한 자연 속에 있던 사람의 귀에는 퍽 소요하게 들린다.‘도회의 소리!’ 그러나 그것이 문명의 소리다. 그 소리가 요란할수록에 그 나라가 잘된다. 수레바퀴 소리, 증기와 전기 기관 소리, 쇠마차 소리……. 이러한 모든 소리가 합하여서 비로소 찬란한 문명을 낳는다. 실로 현대의 문명은 소리의 문명이라. 서울도 아직 소리가 부족하다. 종로나 남대문통에 서서 서로 말소리가 아니 들리리만큼 문명의 소리가 요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쌍하다. 서울 장안에 사는 삼십여 만 흰옷 입은 사람들은 이 소리의 뜻을 모른다. 또 이 소리와는 상관이 없다. 그네는 이 소리를 들을 줄을 알고, 듣고 기뻐할 줄을 알고, 마침내 제 손으로 이 소리를 내도록 되어야 한다. 저 플랫폼에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이나 이 분주한 뜻을 아는지, 왜 저 전등이 저렇게 많이 켜지며, 왜 저 전보 기계와 전화 기계가 저렇게 불분주야하고 때각거리며, 왜 저 흉물스러운 기차와 전차가 주야로 달아나는지……. 이 뜻을 아는 사람이 몇몇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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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톱 이야기(김정한)-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미안스런 생각으로 건우 어머니가 따라 주는 술잔을 받았다. 손이 유달리 작아 보였다. 유달리 자그마한 ㉠손이 상일에 거칠어 있는 양이 보기에 더욱 안타까울 정도였다. 기어이 저녁까지 대접하겠다고 부엌으로 가 버린 뒤, 나는 건우를 앞에 두고 잔을 들면서, 그녀의 칠칠한 인사범절에 새삼 생각되는 바가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다시 보았다. 농삿집치고는 유난히도 말끔한 마루청,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지 않은 장독대,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길찬 장다리꽃들…… 그 어느 것 하나에도 그녀의 손이 안 간 곳이 없으리라 싶었다. 이러한 집 안팎 광경들을 통해서 나는 건우 어머니가 꽤 부지런하고 친절한 여성이라는 것을 고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젊음이 한창인 열아홉부터 악지 세게 혼자서 살아왔다는 것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외아들 건우를 나룻배를 태워 가면서까지 먼 일류 중학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농촌 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우의 입성이 항시 깨끗했다는 사실들이 어련히 안 그러리 싶어지기도 했다. 얼핏 보아서는 어리무던한 여인 같기도 하지만 유난히 볼가진 듯한 이마라든가, 역시 건우처럼 짙은 눈썹 같은 데선 그녀의 심상치 않을 의지랄까, 정열 같은 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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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가) 그 뒤로도 어머니는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내 몸은 자꾸 자라났다. 주위에선 쉴 새 없이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귀가 아닌 온몸으로 들었다. 그러고 지하 벙커에서 모스 부호 해독에 열중하는 병사처럼 내 주위를 감싸는 그 ‘떨림’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암호는 다음과 같았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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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 짓는 늙은이(황순원)-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이년! 이 백번 쥑에두 쌀 년! 앓는 남편두 남편이디만, 어린 자식을 놔두구 그래 도망을 가? 것두 아들놈 같은 조수 놈하구서……. 그래 지금 한창 나이란 말이디? 그렇다구 이년, 내가 아무리 늙구 병들었기루서니 거랑질이야 할 줄 아니? 이녀언! 하는데, 옆에 누웠던 어린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이! 하였으나 송 영감은 꿈속에서 자기 품에 안은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이! 하고 부르는 것으로 알며, 오냐 데건 네 에미가 아니다! 하고 꼭 품에 껴안는 것을, 옆에 누운 어린 아들이 그냥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러, 잠꼬대에서 송 영감을 깨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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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주관식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죽음을 거부하면서도 삶답지 못한 생존의 늪을 허우적거릴 때, 이 도시의 생활 환경이 왜 자연을 파손시키느냐의 또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동진강 하구의 삼각주 개펄에서 새 떼를 만난 것이다. 실의의 낙향 생활로 술만 죽여 내던 내 깜깜한 생활 안으로 나그네새의 울음소리가 화톳불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새가 내 머릿속으로 자유자재 날아다녔다. 수백 마리로 떼를 이루어 의식의 공간을 무한대로 휘저었다. 새 중에서도 동진강 하구에서 자취를 감춘 도요새였다. 나는 도요새를 찾아 헤매었다. 그중 중부리도요를 발견하기 위해 휴일에는 정배 형과 함께, 그 외의 날은 나 혼자서 동남만 일대의 습지와 못과 개펄을 싸돌았다. 그러나 봄은 짧았고 곧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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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산성(김훈)-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이조 판서 최명길이 헛기침으로 목청을 쓸어내렸다. 최명길의 어조는 차분했다. “전하, 적의 문서는 비록 무도하나 신들을 성 밖으로 청하고 있으니 아마도 화친할 뜻이 있을 것이옵니다. 적병이 성을 멀리서 둘러싸고 서둘러 취하려 하지 않음도 화친의 뜻일 것으로 헤아리옵니다. 글을 닦아서 응답할 일은 아니로되 신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 말길을 트게 하소서.” 예조 판서 김상헌이 손바닥으로 마루를 내리쳤다. 김상헌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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