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오발탄(이범선)-문제 모음 29제(1차) 피! 이건 분명히 피다! 철호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슬그머니 물 속에서 손을 빼 내었다. 그러자 이번엔 대야 밑 바닥에 한 사나이의 얼굴을 보았다. 철호의 눈을 마주 쳐다보는 그 사나이는 얼굴의 온 근육을 이상스레 흐룰흐룰 움직이며 입을 비죽거려 웃고 있었다. 이마에 길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 밑에 우묵하는 괘인 두 눈. 깎아 진 볼, 날카롭게 여윈 턱. 송장처럼 꺼멓고 윤기 없는 얼굴. 그것은 까마득한 원시인(原始人)의 한 사나이였다. 몽둥이 끝이, 모난 돌을 하나 칡덩굴로 아무렇게나 잡아메서 들고 동굴속에 남겨 두고 나온 식구들을 위하여 온 종일 숲속을 맨발로 헤매고 다니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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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박완서)-문제 모음 25제(2차) [앞부분 줄거리] 1·4 후퇴의 북적이던 피란길에서 수지는 먹을 것을 빼앗기기 싫어 동생 오목의 손을 일부러 놓아 버린 채 혼자 가족에게로 돌아오고, 가족을 잃은 오목은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성장한다. 전쟁 중 부모를 모두 잃은 수지와 오빠 수철은 부모의 유산으로 유복한 생활을 하는데, 고아원에서 자란 오목은 입시 학원의 급사로 취직하여 그곳을 거처 삼아 지내다가 설 연휴가 되자 혼자 남게 된다. 고아로 자랐으면서도 그렇게 홀로 있어 보긴 처음이어서 목이는 그 무서움증을 이겨 보려고 이렇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그러면 사면의 벽이 즉각 같은 물음으로 그녀를 조소했다.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그 악랄한 조소에 그녀는 위축되고 마침내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릴 것 같았다. 외부를 향해 굳게 셔터가 내려진 7층 건물 속의 정적과 공허는 그녀가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거대한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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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하촌(김정한)-문제 모음 25제(2차) 봇목에 논을 가지고서도, ‘유아독존’ 식으로 날뛰는 절 사람들의 세도에 눌려 흘러오는 물조차 맘대로 못댄 곰보 고 서방은, 마침내 딴은 큰맘을 먹고 자기 논 물꼬를 조금 더 터놓았다. 그러자 그걸 본 한 양반이 빽 소리를 내지르며 쫓아왔다. 오더니 다짜고짜로, ㉠“왜 또 손을 대요?” “인제 물도 다 돼 가고 하니 나두 좀 대야지요.” 하다가 고 서방은 자기 말이 너무나 약한 것을 깨닫고 한마디 더 보태었다. ㉡“그리고 당신 논에는 물이 벌써 철철 넘고 있지 않소.” “뭐? 넘어? 어디 넘어? 이 양반이 눈이 있나 없나?” 하며 그는 곰보 논 물꼬를 봉하려고 들었다.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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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북(최일남)-24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정작 문제가 터진 건 손님들이 돌아가고 난 후였다. 아들은 민 노인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잡았다. 아버지는 왜 제 체면을 판판이 우그러뜨리냐는 게 항변의 줄거리였다. 그 녀석들은 아버지의 북소리를 꼭 듣고 싶어서 청한 것이 아니라, 그 북을 통해 자기의 면목이나 위치를 빈정대기 위해서 그러는 것임을 왜 모르냐고, 민 노인의 괜찮은 기분을 구석으로 떼밀어 조각을 내었다. 아들 옆에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며느리는, 차라리 더 많은 힐난을 내쏘고 있음을 민 노인은 모르지 않았다. 아들 내외는 요컨대 아버지가 그냥 보통 노인네로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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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말뚝 2(박완서)-문제 모음 28제(2차)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나’는 친정어머니가 눈길에 넘어져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간다. 다리 골절로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듣고 노령의 어머니가 큰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가족들을 보내고 홀로 병실에 남은 ‘나’는 어머니의 마취가 풀리기를 기다리다가 잠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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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땅(양귀자)-문제 모음 30제(1차) 〈앞부분의 줄거리〉강만성 노인은 원미동 토박이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땅값이 오르자 부동산 여주인 고흥댁의 땅을 팔라는 성화에 시달리고, 아내로부터도 자식들 사업 자금을 대기 위해 땅을 팔자는 얘기를 수없이 듣는다. 그러나 강 노인은 흔들리지 않고 늘 인분 거름을 주며 땅을 정성껏 가꾼다. 동네 사람들은 인분 냄새 때문에 괴로울뿐 아니라 동네 이미지도 안 졸아 땅값이 더 오르지 않는다며 강 노인의 밭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반상회를 열어 이 일을 의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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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도둑(김소진)-30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날 ‘나’는 ‘나’의 자전거를 누군가 타고 다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주인공이 동네 에어로빅 강사인 서미혜임을 알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나’와 그녀는 서로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데, ‘나’는 서미혜의 행동을 보면서 영화 <자전거 도둑>을 생각하게 되고, 그 영화는 기억하기 싫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정부미 자루를 날라 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한숨을 돌린 뒤 자루를 풀고 물건을 정리해 보니 스무 병이 와야 할 진로 소주가 두 병이 모자란 채 열 여덟 병만 온 것이었다. / 아버지의 얼굴은 맞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금세 하얗게 질렸다. 왜냐하면 그 덜 온 두 병을 빼고 나면 나머지 것들을 몽땅 팔아 봤자 결국 본전치기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 등을 떼밀어 물건을 받아 온 수도상회의 혹부리 영감한테 내려보냈다. 아버지는 말주변도 말주변이었지만 중풍 후유증 때문에 약간의 언어 장애가 있어 일부러 나를 보냈던 것이다. / “뭐 하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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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를 위하여(황석영)-2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에또, 학기두 바뀌구 했으니까…… 오늘은 자습 후에 반장 선출을 해 보는 것두 학습이 될 거다. 상급생이 됐으니까 그만한 자치 능력도 생겼을 줄 믿는다. 그런데 석환이 말고 누가 의장 노릇을 했으면 좋을까…… 누가 좋겠니?” 메뚜기가 묻자 앞의 꼬마들이 요란하게 떠들어 댔다. “이영래요. 걔가 잘해요.” 메뚜기가 영래를 불러내어 “반장과 함께 조용히 자습을 시킨 뒤에, 자치 회의를 해라.” 이르고 훌쩍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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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을 보여 드립니다(이청준)-문제 모음 19제(1차) 그는 돌아와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녀석에게는 학위를 가져오지 못한 한국적인 약점을 보충해 줄 지면*도 없었고, 지면을 만들 만한 주변머리도 없었다. 유학 지망생 몇 명을 모아다가 회화를 가르치는 것으로 하숙비를 충당해 갔다. 녀석이 밤으로 그 노릇을 한다는 것도 훨씬 뒤에야 알려진 일이었다. 시골에는 처음부터 내려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외롭다’는 말의 치사한 뉘앙스를 잊어버린 듯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고, 걸핏하면 외로운데 외로운데 소리를 함부로 내뱉으며 거리를 지쳐 쏘다니기도 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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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산 바가지(박완서)-문제 모음 30제(1차) [I410-111-24-02-088582103] 나는 남편이 막걸릿병을 다 비우기도 전에 길을 재촉해 오던 길을 되돌아섰다. 암자 쪽을 등진 남편은 더 이상 땀을 흘리지 않았다. 시어머님은 그 후에도 삼 년을 더 살고 돌아가셨지만 그동안 힘이 덜 들었단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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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세전(염상섭)-문제 모음 30제(2차) [I410-113-24-02-088610259] 이 작품은 주인공 ‘나’가 동경과 서울을 오가는 과정에서 목격한 3·1 운동 직전의 우리 민족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피폐해진 상황 속에서도 전근대적 가치관에 얽매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조선 민족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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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세전(염상섭)-28문제(EBS 올림포스 현대문학 대비) I410-ECN-0102-2023-000-001634197 “노형은 무엇을 하슈?” / 나는 딴소리를 하였다. “네에, 갓〔笠〕 장사를 다닙니다.” / “갓이오? 그래 요새두 갓이 잘 팔리나요?” “그저 그렇지요. 촌에서들은 그래두 여전히 갓을 쓰니까요.” 나는 좀 의외로 생각하였다. 두 사람은 잠깐 말이 끊겼다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러나 당노형부터 왜 머리는 안 깎으슈? 세상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귀찮고 돈도 더 들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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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양귀자)-문제 모음 27제(3차) (I410-ECN-0102-2023-000-001614020) “어따, 동갑끼리 사장은 무슨 사장님. 오늘 종일 그 말 듣느라고 혼났어요. 말 놓으십시다.” 그가 거품이 넘치는 잔을 내밀며 큰 소리를 쳤다. 임씨가 잠시 아연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좋수다. 형씨. 한잔 하십시다.” 임씨가 호기를 부리며 소리 나게 잔을 부딪쳤다. “그렇지, 그렇지. 다 같은 토끼 새끼 주제에 무슨 얼어 죽을 사장이야!” 그의 허세도 임씨 못지않았으므로 이윽고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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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한승원)-문제 모음 20제(1차)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도짓소* 내어 준 것을 팔아, 그래도 제깐에는 세상 물정에 귀가 뚫렸다 하는 작은아들 이현이를 광주로 보냈던 것이었는데, 거길 갔다 온 그놈의 말이,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독립투사였던 사람을 암살한 범인이기 때문에 징역을 산다더라고 하던 것이었다. 한데, 또 그렇게도 답답할 수가 없던 것은, 언제까지 산다더냐 해도, 언제 나오게 될 것이라더냐 하여도, 이현이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기만 하던 것이었다. “먼 일이란가, 먼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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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북(최일남)-문제 모음 28제(1차) 그날 밤, 민 노인은 근래에 흔치 않은 노곤함으로 깊은 잠을 잤다. 춤판이 끝나고 아이들과 어울려 조금 과음한 까닭도 있을 것이었다. 더 많이는 오랜만에 돌아온 자기 몫을 제대로 해냈다는 느긋함이 꿈도 없는 잠을 거쳐 상큼한 아침을 맞게 했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런 흐뭇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 저녁때가 되어 외출에서 돌아온 며느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성규를 찾았고, 그가 안 보이자 민 노인의 방문을 밀쳤다. “아버님, 어저께 성규 학교에 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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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예(오상원)-문제 모음 32제(1차) 얼마나 산속 깊이 들어왔는지 모른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누웠을 때는 이미 새벽이 가까워서였다. 몹시 춥다. 몸을 약간 꿈틀거려 본다. 전 근육이 추위에 마비되어 감각을 잃은 것만 같다. 인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렴풋이 눈 속에 부서지는 구둣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시간이 된 모양이다. 몸을 일으키려고 움직거려 본다. 잠시 몽롱한 시각이 흐른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몹시 춥다. 왜 오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몽롱하게 정신이 흩어진다. 전공 과목은? 왜 동무는 법과를 선택했었소? 어렸을 때부터 벌써 동무는 출신 계급적인 인습 관념에 젖어 있었소, 그것을 버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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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어 낚시 통신(윤대녕)-18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내가 태어나던 1964년 7월 12일에 아버지는 울진 왕피천에서 은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 그는 왕피천과 호산 기곡천, 그리고 양양에 있는 남대천으로 계류낚시를 즐기러 가곤 했다. 그리하여 그날 칠월의 무더위 속에서 어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서 나를 낳아야 했다. / 그날따라 조황이 좋았던지 아버지는 바구니 가득 은어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강보에 싸인 나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이놈이 크면 함께 은어 낚시를 가야지. / 나는 그 소리에 잠이 깨 마구 울어 대기 시작했다. 나는 속성 재배하는 채마처럼 쑥쑥 자라 여름철이 되면 아버지를 따라 은어 낚시를 다니곤 했다. 은어들은, 강을 거슬러 오르던 중에 우리의 털바늘 낚시나 놀림낚시 채비에 걸려들었다. 우리는 은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하구로 내려오기 시작하는 9월 무렵까지 낚시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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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이 삼촌(현기영)-18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국민학교 3, 4학년에서 일 년째 쉬고 있던 나와 길수 형도 대창을 하나씩 들고 막(幕)을 지키러 나가곤 했다. 순이 삼촌도 만삭의 몸인데도 우리 초소에 대창 들고 막 지키러 나왔다. 사건 날의 그 무서운 공포를 겪었는데도 아기는 떨어지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사건 날 오누이를 한꺼번에 잃은 삼촌에게는 배 속의 아기가 유일한 씨앗이었다. 어려운 시절에 아기를 가진 삼촌은 먹을 것을 구하느라고 그야말로 눈이 벌게 있었다. 만삭의 몸이라 물질은 못하고 하루 종일 땡볕에 갯가를 기어 다니며 굴, 성게를 까 먹고, 게, 보말(갯우렁이) 따위를 잡았다. 밤에 초소막에 나올 때는 보말 삶은 것 한 채롱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는 우리에게 먹어 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밤새도록 혼자서 걸귀처럼 까 먹어 대곤 했다. 여자가 아기를 배면 사정없이 먹어 댄다는 걸 몰랐던 나는 순이 삼촌이 걸신들려 실성하지 않았나 생각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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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삭임, 속삭임(최윤)-문제 모음 20제(1차) ‘나’는 지인의 과수원에서 어린 딸과 시간을 보내며 ‘아재비’를 떠올린다. 남로당*의 고위 간부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도망쳐 ‘나’의 집 과수원에서 일한 ‘아재비’는 ‘나’를 보살펴 주며 작은 호수를 만들어 주었었다. ‘아재비’와의 일을 떠올리다가 딸과 놀아주던 ‘나’는 품에 안은 딸이 잠들자 딸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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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땅(임철우)-문제 모음 27제(1차) 이 작품은 ‘나’가 군사 훈련을 받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유골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처와 그 극복 의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유골을 발견한 순간 좌익 인사로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를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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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각돛(서영은)-문제 모음 17제(1차) [I410-113-24-02-088183542] 한편, 명훈은 여전히 걸핏하면 국장에게 불리어 갔다. 젊은 국장은 그럴싸한 트집을 잡아내선 번번이 자기가 더 먼저 흥분했다. 명훈을 잘 모르는 동료들, 편집국 사람들은 ㉠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명훈에게 무슨 결함이 있기는 있는 게라고 여기게끔 되었다. 그러나 나는 국장이 그럼으로써 오히려 명훈에게 진짜 잘못이 없음을 그 스스로 반증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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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산도(전광용)-문제 모음 17제(1차) (I410-113-24-02-088005472) 까막개[黑浦]의 밤은 추위도 모르고 깊어만 갔다. 북술이는 동무들과 맞잡고 둥당의 노래를 부를 때는 아무 시름도 없이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혼자서 이 노래를 읊조리면 얼굴 모습조차 기억 속에 더듬기 어려운 어머니의 옛이야기처럼 서러움이 꿀컥 치밀었다. 둘레를 돌면서도 북술이의 눈은 이따금 갯가로 옮겨졌고, 그럴 때마다 용바우의 믿음직한 목소리가 귓전을 어루만져 슬픔을 가라앉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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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소(이동하)-문제 모음 17제(1차) (I410-ECN-0102-2023-000-002076733) 2424 혹은 5454번의 전화번호를 보디에 커다랗게 써 붙인 삼륜차 또는 픽업이 대충 비슷비슷한 내용물들을 실은 채 속속들이 닿고 있었고, 감색 유니폼의 관리인들이 요소요소마다 늘어선 채 똑같은 말들을 외쳐 대고 있었다. 일테면, “차는 현관 옆으로 바짝 붙여 주십시오!” “호실 키는 임시 관리 사무소에서 입주증과 교환해 드리고 있습니다. 관리 사무소는 217동과 219동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계단이 혼잡하오니 도착순대로 짐을 올리시고, 화장실 및 주방의 부착물은 248동과 249동 간에 위치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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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하는 돌(문순태)-문제 모음 22제(1차) 장돌식이한테 마을에 내려가 삽과 괭이를 가져오도록 시킨 나는 눈을 빤히 뜨고 누워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들여다보기가 무서워서 빨갛게 단풍이 든 떡갈나무 잎을 뜯어 으스스한 동굴의 입구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눈을 가렸다. 그날 우리들은 썩은 돌비늘이 두껍게 깔린 땅을 파고 아버지를 묻었다. 흙을 져 나를 수도, 떼를 뜰 수도 없어 평장(平葬)을 하고 둘이서 끙끙거리며 돌을 날라다 무덤 위에 덮었다. 나는 아버지의 돌무덤을 곰배팔이 장돌식이한테 부탁한 뒤, 상엿집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날이 밝기 전에 쫓기듯 월곡리를 떠났다. 월곡리를 떠나면서 나는 장돌식이한테, 월곡리 사람들을 머슴으로 부릴 수 있을 만큼 큰돈을 벌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내 결심을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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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김승옥)-문제 모음 27제(1차) (I410-ECN-0102-2023-000-002077689) 갈대들이 들려준 이야기 온 들에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들이 아스라하니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장식처럼 붙어 보였다. 그 바다가 황혼 녘엔 좀 높아 보였다. 들을 건너서 해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해풍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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