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에 떠서 울고 가는 외기러기(작자 미상)-해설(2024학년도 수능특강 고전 시가 4)
이 작품은 화자와 기러기의 대화 형식을 통해 만날 수 없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사설시조이다. 임을 보러 날아가는 기러기와 달리, 화자는 임의 소식을 알 수도 없고, 임을 만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데, 임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해 달라는 화자의 부탁을 기러기가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안타까움이 부각되고 있다.
이화에 월백하고(이조년)-해설(2024학년도 수능특강 고전 시가 3)
이 작품은 봄날 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평시조이다. ‘이화’에 비친 ‘월백’, ‘은한’의 백색 이미지와 ‘자규’의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하여 ‘일지 춘심’, 즉 봄날 밤의 화자가 느끼는 고독과 애상감을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의 생애를 고려하면, 이 시조는 충신인 작가가 고향에서도 국가와 임금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노래한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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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을지문덕. 여수장우중문시)-해설(2024학년도 수능특강)
국문학사에서 가장 오래된 한시로 오언 고시에 해당하며, 『삼국사기』에 실려 전한다. 612년 수나라가 30만 대군으로 침공하여 왔을 때, 살수까지 진격해 온 적장 우중문을 희롱하기 위하여 지어 보냈다고 한다.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 대첩에서 수나라 대군에 맞서 승리하는 과정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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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가(견우 노인. 김완진 해독)-해설(2024학년도 수능특강 고전 시가 1)
신라 성덕왕 때 지어진 4구체 향가로 당대의 미인으로 유명했던 수로 부인과 관련된 배경 설화와 함께 전해진다. 남편 순정공과 함께 강릉에 가던 수로 부인이 절벽에 핀 예쁜 꽃을 보고 누가 저 꽃을 따 주겠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그때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그 꽃을 따 와서 수로 부인에게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향찰로 표기된 작품으로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제시된 지문은 김완진의 향찰 해독을 현대어로 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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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시인(양귀자)-해설(2024학년도 수능특강)
I410-ECN-0102-2023-000-001632911 이 작품은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 연작 중 하나로, 일상인들의 소시민적 근성과 세태를 고발하는 동시에 그들을 향한 작가의 연민과 애정의 시선을 보여 주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은 두 사람인데, ‘김 반장’은 소시민적 근성을 보여 주는 전형적 인물로 자신의 이익과 안위를 위해서는 친구도 외면할 수 있는 이기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다른 한 사람은 동네에서 바보 취급을 받는 ‘원미동 시인’ 몽달 씨로 그런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보듬어 주는 존재이다. 한편 이 작품은 ‘나’라는 어린아이 서술자를 설정함으로써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부정적 세계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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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백석)-해설(2024학년도 수능특강 개념 학습 1)
이 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를 힘겹게 견뎌야 했던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작품이다. 화자가 지금 인사를 나눈 여승이 실은 언젠가 평안도 금점판에서 만난 적 있는 여인이었는데, 가혹한 시련을 겪은 끝에 그녀는 출가하여 여승이 된 것이었다는 것이 이 시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이 작품은 여인의 비통한 삶을 서사적인 틀에 압축하여 담아냄으로써 전체적으로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서정적 감동을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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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서술형 22문제
나는 한번 맘을 먹은 다음엔 꼭 그대로 하고야 마는 성미지요. 그래 안마당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엄마, 엄마, 사랑 아저씨도 나처럼 삶은 달걀을 제일 좋아한대.” 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떠들지 마라.” 하고 어머니는 눈을 흘기십니다. 그러나 사랑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하는 것이 내게는 썩 좋게 되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가 달걀을 많이씩 사게 되었으니까요. 달걀 장수 노파가 오면 한꺼번에 열 알도 사고 스무 알도 사고, 그래선 두고두고 삶아서 아저씨 상에도 놓고, 또 으레 나도 한 알씩 주고 그래요. 그뿐만 아니라, 아저씨한테 놀러 나가면 가끔 아저씨가 책상 서랍 속에서 달걀을 한두 알 꺼내서 먹으라고 주지요. 그래 그 담부터는 나는 아주 실컷 달걀을 많이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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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방(최인호)-31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제기랄. 겨우 돌아왔어. 제기랄. 그런데두 아무도 없다니. 그는 심한 고독을 느꼈다. 그는 벌거벗은 채, 스팀 기운이 새어 나갈 틈이 없었으므로 후텁지근한 거실을, 잠시 ㉠철책에 갇힌 짐승처럼 신음을 해 가면서 거닐었다. 가구들은 며칠 전하고 같았으며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트랜지스터는 끄지 않고 나간 탓으로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껐다. 아내의 옷이 침실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고, 구멍 난 스타킹이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다리 안쪽을 조이는 고무줄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루주 뚜껑이 열린 채 뒹굴고 있었다. 그는 우선 배가 고팠으므로 부엌 쪽으로 갔는데, 상 위에는 밥 대신 빵 몇 조각이 굳어서 종이처럼 딱딱해져 있었다. 그는 무슨 고무질을 씹는 기분으로 ㉡차고 축축한 음식물을 삼켰다. 이건 좀 너무한 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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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이광수)-13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차가 남대문에 닿았다. 아직 다 어둡지는 아니하였으나 사방에 반작반작 전기등이 켜졌다. 전차 소리, 인력거 소리, 이 모든 소리를 합한 ‘도회의 소리’와 넓은 플랫폼에 울리는 나막신 소리가 합하여 지금까지 고요한 자연 속에 있던 사람의 귀에는 퍽 소요하게 들린다.‘도회의 소리!’ 그러나 그것이 문명의 소리다. 그 소리가 요란할수록에 그 나라가 잘된다. 수레바퀴 소리, 증기와 전기 기관 소리, 쇠마차 소리……. 이러한 모든 소리가 합하여서 비로소 찬란한 문명을 낳는다. 실로 현대의 문명은 소리의 문명이라. 서울도 아직 소리가 부족하다. 종로나 남대문통에 서서 서로 말소리가 아니 들리리만큼 문명의 소리가 요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쌍하다. 서울 장안에 사는 삼십여 만 흰옷 입은 사람들은 이 소리의 뜻을 모른다. 또 이 소리와는 상관이 없다. 그네는 이 소리를 들을 줄을 알고, 듣고 기뻐할 줄을 알고, 마침내 제 손으로 이 소리를 내도록 되어야 한다. 저 플랫폼에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이나 이 분주한 뜻을 아는지, 왜 저 전등이 저렇게 많이 켜지며, 왜 저 전보 기계와 전화 기계가 저렇게 불분주야하고 때각거리며, 왜 저 흉물스러운 기차와 전차가 주야로 달아나는지……. 이 뜻을 아는 사람이 몇몇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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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염상섭)-4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I410-113-24-02-088610231] 천대를 받아도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다! 그도 그럴 것이다. 미친 체하고 떡목판에 엎드러진다는 셈으로 미친 체하고 어리광 비슷한 수작을 하거나, 스라소니 행세를 하거나 하여, 어떻든지 저편의 호감을 사고 저편을 웃기기만 하면 목전에 닥쳐오는 핍박은 면할 것이다. 속으로는 요놈 하면서라도 얼굴에만 웃는 빛을 띠면 당장의 급한 욕은 면할 것이다. 공포(恐怖), 경계(警戒), 미봉(彌縫), 가식(假飾), 굴복(屈服), 도회(韜晦), 비굴(卑屈)…… 이러한 모든 것에 숨어 사는 것이 조선 사람의 가장 유리한 생활 방도요, 현명한 처세술이다. 실상 생각하면 우리의 이러한 생활 철학은 오늘에 터득한 것이 아니요, 오랫동안 봉건적 성장과 관료전제 밑에서 더께가 앉고 굳어빠진 껍질이지마는, 그 껍질 속으로 점점 더 파고들어 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 생활이다. 어떻든지 그저 내지인과 동등한 대우만 해 주면 나중엔 어찌 되든지 살아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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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1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태권도 특기생으로 체육 고등학교에 다니던 ‘대수’와 당찬 성격의 여고생 ‘미라’는 열일곱의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된다. 이들은 갑자기 생긴 아이에 당황해 한다. (가) 그 뒤로도 어머니는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내 몸은 자꾸 자라났다. 주위에선 쉴 새 없이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귀가 아닌 온몸으로 들었다. 그러고 지하 벙커에서 모스 부호 해독에 열중하는 병사처럼 내 주위를 감싸는 그 ‘떨림’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암호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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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김소진)-30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날 ‘나’는 ‘나’의 자전거를 누군가 타고 다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주인공이 동네 에어로빅 강사인 서미혜임을 알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나’와 그녀는 서로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데, ‘나’는 서미혜의 행동을 보면서 영화 <자전거 도둑>을 생각하게 되고, 그 영화는 기억하기 싫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정부미 자루를 날라 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한숨을 돌린 뒤 자루를 풀고 물건을 정리해 보니 스무 병이 와야 할 진로 소주가 두 병이 모자란 채 열 여덟 병만 온 것이었다. / 아버지의 얼굴은 맞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금세 하얗게 질렸다. 왜냐하면 그 덜 온 두 병을 빼고 나면 나머지 것들을 몽땅 팔아 봤자 결국 본전치기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 등을 떼밀어 물건을 받아 온 수도상회의 혹부리 영감한테 내려보냈다. 아버지는 말주변도 말주변이었지만 중풍 후유증 때문에 약간의 언어 장애가 있어 일부러 나를 보냈던 것이다. / “뭐 하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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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윤흥길)-3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6·25 전란 중에 우리 집에 피란 와 있던 외할머니는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에 빨치산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아들이 빨치산인 할머니는 이에 노발대발하며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갈등이 고조된다. 어린 ‘나’는 어떤 사내의 꼬임에 빠져 삼촌이 몰래 집에 다녀간 사실을 말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떤 사내들에게 끌려가 큰 고초를 당한다. 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삼촌이 돌아올 날에 맞춰 잔치 준비를 하지만 삼촌 대신 난데없이 큰 구렁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죽은 삼촌의 현신으로 생각한 할머니는 졸도한다. 외할머니가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길을 터 주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로 뒤를 따라가며 외할머니는 연신 소리를 질렀다. 새막에서 참새 떼를 쫓을 때처럼 “숴이! 숴이!”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손뼉까지 쳤다. 누런 비늘 가죽을 번들번들 뒤틀면서 그것은 소리 없이 땅바닥을 기었다. 안방에 있던 식구들도 마루로 몰려나와 마당 한복판을 가로질러 오는 길다란 그것을 모두 질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꼬리를 잔뜩 사려 가랑이 사이에 감춘 워리란 놈이 그래도 꼴값을 하느라고 마루 밑에서 다 죽어 가는 소리로 짖어 대고 있었다. 몸뚱이의 움직임과는 여전히 따로 노는 꼬리 부분을 왼쪽으로 삐딱하게 흔들거리면서 그것은 방향을 바꾸어 헛간과 부엌 사이 공지를 천천히 지나갔다. “숴이! 숴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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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죽음을 거부하면서도 삶답지 못한 생존의 늪을 허우적거릴 때, 이 도시의 생활 환경이 왜 자연을 파손시키느냐의 또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동진강 하구의 삼각주 개펄에서 새 떼를 만난 것이다. 실의의 낙향 생활로 술만 죽여 내던 내 깜깜한 생활 안으로 나그네새의 울음소리가 화톳불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새가 내 머릿속으로 자유자재 날아다녔다. 수백 마리로 떼를 이루어 의식의 공간을 무한대로 휘저었다. 새 중에서도 동진강 하구에서 자취를 감춘 도요새였다. 나는 도요새를 찾아 헤매었다. 그중 중부리도요를 발견하기 위해 휴일에는 정배 형과 함께, 그 외의 날은 나 혼자서 동남만 일대의 습지와 못과 개펄을 싸돌았다. 그러나 봄은 짧았고 곧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그때는 이미 물떼새목의 도요새과에 포함된 그 무리는 우리나라 남단부를 거쳐 휴전선 하늘을 질러 북상한 뒤였다. 다시 도요새 무리가 도래할 시절을 만해의 님처럼 기다렸다. 그래서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의 툰드라에서 편도 일만 킬로미터를 날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 그 작은 새 떼의 길고 긴 여정에 밤마다 동참했던 것이다. 나의 일상이 너무 권태스러울 정도로 자유스러우면서, 전혀 자유스럽지 못한 내 사고의 굳게 닫힌 문을 도요새가 그 날카로운 부리로 쪼며 밀려들었다. 그리고 떠남의 자유와 고통에 대해 여러 말을 재잘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