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사평역(임철우)-3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겨울 대합실에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앉아 있다. 이들이 기다리는 중에 열차 도착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들렸으나 두 번의 특급 열차가 지나갔고, 사람들은 상념에 빠진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잊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년 사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성냥불을 댕기려다 말고 멍하니 난로의 불빛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의 손바닥들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 소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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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변풍경(박태원)-27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소년은 행길 한복판을 거의 쉴 사이 없이 달리는 전차에, 신기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싶게 올라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머리에, 등덜미에, 잠깐 동안 부러움 가득한 눈을 주었다. “아버지. 우린, 전차, 안 타요?” “아, 바로 저긴데, 전찬 뭣하러 타니?” 아무리 ‘바로 저기’라도, 잠깐 좀 타 보면 어떠냐고, 소년은 적이 불평이었으나, 다음 순간, 그는 언제까지든 그것 한 가지에만 마음을 주고 있을 수 없게, 이제까지 시골 구석에서 단순한 모든 것에 익숙해 온 그의 어린 눈과 또 귀는 어지럽게도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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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톱 이야기(김정한)-4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미안스런 생각으로 건우 어머니가 따라 주는 술잔을 받았다. 손이 유달리 작아 보였다. 유달리 자그마한 ㉠손이 상일에 거칠어 있는 양이 보기에 더욱 안타까울 정도였다. 기어이 저녁까지 대접하겠다고 부엌으로 가 버린 뒤, 나는 건우를 앞에 두고 잔을 들면서, 그녀의 칠칠한 인사범절에 새삼 생각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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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년의 뜰(오정희)-2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함석지붕이 흐를 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저녁 햇빛이 칼처럼 방 안에 깊숙이 꽂힐 즈음이면 어머니는 화장을 시작하고 오빠는 창가에 놓인, 붉은 꽃무늬의 도배지 바른 궤짝 앞에 앉아 꼼짝 않고 소리 높이 영어 책을 읽었다. 나는 어머니의 곁에 앉아 갖가지 화장품이 담긴 병들을 만지작거리거나 창을 통해서 멀찍이 보이는 개울의 다리와 신작로, 그리고 더 멀리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국민학교의 창을, 점점이 붉은 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조바심으로 어머니와 오빠 사이의, 은밀히 조성되어 가는 팽팽한 공기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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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와 나만의 시간(황순원)-2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주 대위는 지금 자기는 각각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상스레 맑은 정신으로 그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그는 드디어 지금까지 피해 오던 어떤 상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것은 ㉠권총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죽을 자기가 진작 자결을 했던들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 게 아닌가. 첫째 현 중위가 밤길을 서두르다가 벼랑에 떨어져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제라도 자결을 해 버려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지친 김 일등병이라 하더라도 혼잣몸이니 어떻게든 아군 진지까지 도달할 가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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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이기영)-14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농촌은 오륙 년 전보다도 더욱 황폐해지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는 고향에 돌아온 지가 벌써 일 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에 자기는 무엇을 했는가? 하긴 청년회 일을 안 보지 않았다. 그는 그곳 청년회의 집행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청년회란 무엇 하는 게냐? 그는 처음 나와서 읍내 있는 청년회를 가 보고 놀랐다. 그것은 청년회인지 오락 기관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든지 청년들이 모이긴 모였다. 한편에서는 바둑을 두고 한편에서는 장기를 두고 그리고 마당에서는 한 패가 테니스를 치고 있다. 그들은 내기를 하고 있었다. 승부를 결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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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땅(양귀자)-22문제(2015 비상 박영민) 겨우내 굳어 있던 땅은 괭이 날 들어가기가 썩 힘이 들었고 게다가 돌덩이처럼 틀어박힌 연탄재 부스러기들을 일일이 골라내다 보면 한 두둑을 갈아엎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용문이가 지난달 내내 연탄재들을 거두어 내고 겨우 맨땅을 내놓았다고 한 꼴이 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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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 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내신 기출 29문제(2015 지학사 국어) 바다와 하늘은 이제 잔광마저 어둠에 묻혀 지워져 버렸고 저 멀리 장진포 쪽의 등대만이 빤하게 불을 켜고 있었다. 그런데 병국의 눈앞에 홀연히 한 마리의 도요새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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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동(김애란)-19문제(2015 창비 문학 3차) 이 작품은 타인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삭막한 일면을 상징적인 사건과 사실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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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새 두 마리(최일남)-34문제(2015 미래엔 중등 국어 3차) (I410-ECN-0102-2023-000-001623763) 이 글은 고향을 떠나 도시 변두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나’의 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글은 노새를 잃어버린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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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진이(홍석중)-20문제(2015 미래엔 문학 1차) 진이는 상사병으로 죽은 총각의 자신을 향했던 사랑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총각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준다. 이승에서의 사랑을 약속하며 자신의 혼수였던 슬란치마를 약속의 증표로 관을 덮어 준다. 이를 통해 진이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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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우 맨(서유미)-23문제(2015 미래엔 문학) 주인공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남자’라고 칭하는 것은 인물에 익명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익명성은 일반적인 모든 직장인을 가리킬 수 있다. 또한 독자는 작품의 ‘남자’를 자신이나 주변 인물에 쉽게 동일시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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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의고사-45문제(2020년 10월 고3 변형 문제. KSP 고급 2010) 이 자료는 2020년 10월 고3 교육청 기출 문제를 변형한 것입니다. 모의고사나 내신에 도움이 될까 해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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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다리(이태준)-23문제(2015 신사고 국어 4차)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인 창섭은, 땅을 팔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신념에 압도당하고 그것을 납득한다. 그렇지만 그 신념을 이해했다고 해서 창섭이 아버지의 세계로 편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섭은 아버지와 자기의 세계가 격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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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다리(이태준)-20문제(2015 신사고 국어 3차)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인 창섭은, 땅을 팔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신념에 압도당하고 그것을 납득한다. 그렇지만 그 신념을 이해했다고 해서 창섭이 아버지의 세계로 편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섭은 아버지와 자기의 세계가 격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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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방(채만식)-47문제(3차. 서술형 포함) [I410-113-24-02-088610660] 해방 직후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방삼복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비판·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방삼복은 신기료 장수를 하는 보잘것없는 처지였으나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 미군 장교의 통역이 되고 그 후 출셋길에 오른다. 또한 백 주사는 일제 치하에서 누렸던 권세를 되찾기 위해 미스터 방에게 머리를 숙이고 청탁을 한다. 이 두 인물을 통해 기회주의적 인물들이 득세했던 당대의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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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현대 소설)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시집(박상률)-20문제(내신 5차) 내신 대비를 위한 문제입니다. 창비 고등 국어, 기타 내신 대비에 사용하면 좋습니다. 모의고사 준비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간혹 주관식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의고사 유형에 가까운 문제도 많이 준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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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현대 소설)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시집(박상률)-20문제(내신 2차) 내신 대비를 위한 문제입니다. 창비 고등 국어, 기타 내신 대비에 사용하면 좋습니다. 모의고사 준비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간혹 주관식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의고사 유형에 가까운 문제도 많이 준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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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마(김동리)-주관식 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아들 성기가 역마살 때문에 떠돌이가 될까 봐 걱정하던 옥화는 그를 정착시키기 위해 체 장수 영감의 딸 계연과 맺어 주려 하지만, 계연이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계연의 시뻘겋게 상기한 얼굴은, 옥화와 그의 아버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이 성기의 얼굴만 일심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나, 버드나무에 몸을 기댄 성기의 두 눈엔 다만 불꽃이 활활 타오를 뿐, 아무런 새로운 명령도 기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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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꽃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어머니가 이 꽃을 받고 그처럼 성을 낼 줄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성을 내는 것을 보니까 그 꽃을 내가 가져왔다고 그러지 않고 아저씨가 주더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참 잘되었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성을 내는 까닭을 나는 모르지만 하여튼 성을 낼 바에는 내게 내는 것보다 아저씨에게 내는 것이 내게는 나았기 때문입니다. 한참 있더니 어머니는 나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옥희야, 너 이 꽃 이얘기 아무보구두 하지 말아라, 응.” 하고 타일러 주었습니다. 나는, “응.” 하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여러 번 까닥까닥했습니다. 어머니가 그 꽃을 곧 내버릴 줄로 나는 생각했습니다마는 내버리지 않고 꽃병에 꽂아서 풍금 위에 놓아 두었습니다. 아마 퍽 여러 밤 자도록 그 꽃은 거기 놓여 있어서 마지막에는 시들었습니다. 꽃이 다 시들자 어머니는 가위로 그 대는 잘라 내버리고 꽃만은 찬송가 갈피에 곱게 끼워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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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주관식 1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가) 그 뒤로도 어머니는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내 몸은 자꾸 자라났다. 주위에선 쉴 새 없이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귀가 아닌 온몸으로 들었다. 그러고 지하 벙커에서 모스 부호 해독에 열중하는 병사처럼 내 주위를 감싸는 그 ‘떨림’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암호는 다음과 같았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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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서술형 22문제 나는 한번 맘을 먹은 다음엔 꼭 그대로 하고야 마는 성미지요. 그래 안마당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엄마, 엄마, 사랑 아저씨도 나처럼 삶은 달걀을 제일 좋아한대.” 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떠들지 마라.” 하고 어머니는 눈을 흘기십니다. 그러나 사랑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하는 것이 내게는 썩 좋게 되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가 달걀을 많이씩 사게 되었으니까요. 달걀 장수 노파가 오면 한꺼번에 열 알도 사고 스무 알도 사고, 그래선 두고두고 삶아서 아저씨 상에도 놓고, 또 으레 나도 한 알씩 주고 그래요. 그뿐만 아니라, 아저씨한테 놀러 나가면 가끔 아저씨가 책상 서랍 속에서 달걀을 한두 알 꺼내서 먹으라고 주지요. 그래 그 담부터는 나는 아주 실컷 달걀을 많이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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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27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꽃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어머니가 이 꽃을 받고 그처럼 성을 낼 줄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성을 내는 것을 보니까 그 꽃을 내가 가져왔다고 그러지 않고 아저씨가 주더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참 잘되었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성을 내는 까닭을 나는 모르지만 하여튼 성을 낼 바에는 내게 내는 것보다 아저씨에게 내는 것이 내게는 나았기 때문입니다. 한참 있더니 어머니는 나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옥희야, 너 이 꽃 이얘기 아무보구두 하지 말아라, 응.” 하고 타일러 주었습니다. 나는, “응.” 하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여러 번 까닥까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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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방(최인호)-31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제기랄. 겨우 돌아왔어. 제기랄. 그런데두 아무도 없다니. 그는 심한 고독을 느꼈다. 그는 벌거벗은 채, 스팀 기운이 새어 나갈 틈이 없었으므로 후텁지근한 거실을, 잠시 ㉠철책에 갇힌 짐승처럼 신음을 해 가면서 거닐었다. 가구들은 며칠 전하고 같았으며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트랜지스터는 끄지 않고 나간 탓으로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껐다. 아내의 옷이 침실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고, 구멍 난 스타킹이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다리 안쪽을 조이는 고무줄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루주 뚜껑이 열린 채 뒹굴고 있었다. 그는 우선 배가 고팠으므로 부엌 쪽으로 갔는데, 상 위에는 밥 대신 빵 몇 조각이 굳어서 종이처럼 딱딱해져 있었다. 그는 무슨 고무질을 씹는 기분으로 ㉡차고 축축한 음식물을 삼켰다. 이건 좀 너무한 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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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윤흥길)-3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6·25 전란 중에 우리 집에 피란 와 있던 외할머니는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에 빨치산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아들이 빨치산인 할머니는 이에 노발대발하며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갈등이 고조된다. 어린 ‘나’는 어떤 사내의 꼬임에 빠져 삼촌이 몰래 집에 다녀간 사실을 말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떤 사내들에게 끌려가 큰 고초를 당한다. 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삼촌이 돌아올 날에 맞춰 잔치 준비를 하지만 삼촌 대신 난데없이 큰 구렁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죽은 삼촌의 현신으로 생각한 할머니는 졸도한다. 외할머니가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길을 터 주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로 뒤를 따라가며 외할머니는 연신 소리를 질렀다. 새막에서 참새 떼를 쫓을 때처럼 “숴이! 숴이!”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손뼉까지 쳤다. 누런 비늘 가죽을 번들번들 뒤틀면서 그것은 소리 없이 땅바닥을 기었다. 안방에 있던 식구들도 마루로 몰려나와 마당 한복판을 가로질러 오는 길다란 그것을 모두 질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꼬리를 잔뜩 사려 가랑이 사이에 감춘 워리란 놈이 그래도 꼴값을 하느라고 마루 밑에서 다 죽어 가는 소리로 짖어 대고 있었다. 몸뚱이의 움직임과는 여전히 따로 노는 꼬리 부분을 왼쪽으로 삐딱하게 흔들거리면서 그것은 방향을 바꾸어 헛간과 부엌 사이 공지를 천천히 지나갔다. “숴이! 숴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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