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사평역(임철우)-3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어느 겨울 대합실에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앉아 있다. 이들이 기다리는 중에 열차 도착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들렸으나 두 번의 특급 열차가 지나갔고, 사람들은 상념에 빠진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잊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년 사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성냥불을 댕기려다 말고 멍하니 난로의 불빛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의 손바닥들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 소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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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서술형 22문제 나는 한번 맘을 먹은 다음엔 꼭 그대로 하고야 마는 성미지요. 그래 안마당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엄마, 엄마, 사랑 아저씨도 나처럼 삶은 달걀을 제일 좋아한대.” 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떠들지 마라.” 하고 어머니는 눈을 흘기십니다. 그러나 사랑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하는 것이 내게는 썩 좋게 되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가 달걀을 많이씩 사게 되었으니까요. 달걀 장수 노파가 오면 한꺼번에 열 알도 사고 스무 알도 사고, 그래선 두고두고 삶아서 아저씨 상에도 놓고, 또 으레 나도 한 알씩 주고 그래요. 그뿐만 아니라, 아저씨한테 놀러 나가면 가끔 아저씨가 책상 서랍 속에서 달걀을 한두 알 꺼내서 먹으라고 주지요. 그래 그 담부터는 나는 아주 실컷 달걀을 많이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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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27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꽃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어머니가 이 꽃을 받고 그처럼 성을 낼 줄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성을 내는 것을 보니까 그 꽃을 내가 가져왔다고 그러지 않고 아저씨가 주더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참 잘되었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성을 내는 까닭을 나는 모르지만 하여튼 성을 낼 바에는 내게 내는 것보다 아저씨에게 내는 것이 내게는 나았기 때문입니다. 한참 있더니 어머니는 나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옥희야, 너 이 꽃 이얘기 아무보구두 하지 말아라, 응.” 하고 타일러 주었습니다. 나는, “응.” 하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여러 번 까닥까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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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방(최인호)-31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제기랄. 겨우 돌아왔어. 제기랄. 그런데두 아무도 없다니. 그는 심한 고독을 느꼈다. 그는 벌거벗은 채, 스팀 기운이 새어 나갈 틈이 없었으므로 후텁지근한 거실을, 잠시 ㉠철책에 갇힌 짐승처럼 신음을 해 가면서 거닐었다. 가구들은 며칠 전하고 같았으며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트랜지스터는 끄지 않고 나간 탓으로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껐다. 아내의 옷이 침실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고, 구멍 난 스타킹이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다리 안쪽을 조이는 고무줄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루주 뚜껑이 열린 채 뒹굴고 있었다. 그는 우선 배가 고팠으므로 부엌 쪽으로 갔는데, 상 위에는 밥 대신 빵 몇 조각이 굳어서 종이처럼 딱딱해져 있었다. 그는 무슨 고무질을 씹는 기분으로 ㉡차고 축축한 음식물을 삼켰다. 이건 좀 너무한 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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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변풍경(박태원)-27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소년은 행길 한복판을 거의 쉴 사이 없이 달리는 전차에, 신기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싶게 올라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머리에, 등덜미에, 잠깐 동안 부러움 가득한 눈을 주었다. “아버지. 우린, 전차, 안 타요?” “아, 바로 저긴데, 전찬 뭣하러 타니?” 아무리 ‘바로 저기’라도, 잠깐 좀 타 보면 어떠냐고, 소년은 적이 불평이었으나, 다음 순간, 그는 언제까지든 그것 한 가지에만 마음을 주고 있을 수 없게, 이제까지 시골 구석에서 단순한 모든 것에 익숙해 온 그의 어린 눈과 또 귀는 어지럽게도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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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톱 이야기(김정한)-4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나는 미안스런 생각으로 건우 어머니가 따라 주는 술잔을 받았다. 손이 유달리 작아 보였다. 유달리 자그마한 ㉠손이 상일에 거칠어 있는 양이 보기에 더욱 안타까울 정도였다. 기어이 저녁까지 대접하겠다고 부엌으로 가 버린 뒤, 나는 건우를 앞에 두고 잔을 들면서, 그녀의 칠칠한 인사범절에 새삼 생각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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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세전(염상섭)-4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I410-113-24-02-088610231] 천대를 받아도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다! 그도 그럴 것이다. 미친 체하고 떡목판에 엎드러진다는 셈으로 미친 체하고 어리광 비슷한 수작을 하거나, 스라소니 행세를 하거나 하여, 어떻든지 저편의 호감을 사고 저편을 웃기기만 하면 목전에 닥쳐오는 핍박은 면할 것이다. 속으로는 요놈 하면서라도 얼굴에만 웃는 빛을 띠면 당장의 급한 욕은 면할 것이다. 공포(恐怖), 경계(警戒), 미봉(彌縫), 가식(假飾), 굴복(屈服), 도회(韜晦), 비굴(卑屈)…… 이러한 모든 것에 숨어 사는 것이 조선 사람의 가장 유리한 생활 방도요, 현명한 처세술이다. 실상 생각하면 우리의 이러한 생활 철학은 오늘에 터득한 것이 아니요, 오랫동안 봉건적 성장과 관료전제 밑에서 더께가 앉고 굳어빠진 껍질이지마는, 그 껍질 속으로 점점 더 파고들어 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 생활이다. 어떻든지 그저 내지인과 동등한 대우만 해 주면 나중엔 어찌 되든지 살아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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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1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태권도 특기생으로 체육 고등학교에 다니던 ‘대수’와 당찬 성격의 여고생 ‘미라’는 열일곱의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된다. 이들은 갑자기 생긴 아이에 당황해 한다. (가) 그 뒤로도 어머니는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내 몸은 자꾸 자라났다. 주위에선 쉴 새 없이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귀가 아닌 온몸으로 들었다. 그러고 지하 벙커에서 모스 부호 해독에 열중하는 병사처럼 내 주위를 감싸는 그 ‘떨림’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암호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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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 짓는 늙은이(황순원)-3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이년! 이 백번 쥑에두 쌀 년! 앓는 남편두 남편이디만, 어린 자식을 놔두구 그래 도망을 가? 것두 아들놈 같은 조수 놈하구서……. 그래 지금 한창 나이란 말이디? 그렇다구 이년, 내가 아무리 늙구 병들었기루서니 거랑질이야 할 줄 아니? 이녀언! 하는데, 옆에 누웠던 어린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이! 하였으나 송 영감은 꿈속에서 자기 품에 안은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이! 하고 부르는 것으로 알며, 오냐 데건 네 에미가 아니다! 하고 꼭 품에 껴안는 것을, 옆에 누운 어린 아들이 그냥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러, 잠꼬대에서 송 영감을 깨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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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윤흥길)-3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6·25 전란 중에 우리 집에 피란 와 있던 외할머니는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에 빨치산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아들이 빨치산인 할머니는 이에 노발대발하며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갈등이 고조된다. 어린 ‘나’는 어떤 사내의 꼬임에 빠져 삼촌이 몰래 집에 다녀간 사실을 말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떤 사내들에게 끌려가 큰 고초를 당한다. 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삼촌이 돌아올 날에 맞춰 잔치 준비를 하지만 삼촌 대신 난데없이 큰 구렁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죽은 삼촌의 현신으로 생각한 할머니는 졸도한다. 외할머니가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길을 터 주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로 뒤를 따라가며 외할머니는 연신 소리를 질렀다. 새막에서 참새 떼를 쫓을 때처럼 “숴이! 숴이!”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손뼉까지 쳤다. 누런 비늘 가죽을 번들번들 뒤틀면서 그것은 소리 없이 땅바닥을 기었다. 안방에 있던 식구들도 마루로 몰려나와 마당 한복판을 가로질러 오는 길다란 그것을 모두 질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꼬리를 잔뜩 사려 가랑이 사이에 감춘 워리란 놈이 그래도 꼴값을 하느라고 마루 밑에서 다 죽어 가는 소리로 짖어 대고 있었다. 몸뚱이의 움직임과는 여전히 따로 노는 꼬리 부분을 왼쪽으로 삐딱하게 흔들거리면서 그것은 방향을 바꾸어 헛간과 부엌 사이 공지를 천천히 지나갔다. “숴이! 숴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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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죽음을 거부하면서도 삶답지 못한 생존의 늪을 허우적거릴 때, 이 도시의 생활 환경이 왜 자연을 파손시키느냐의 또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동진강 하구의 삼각주 개펄에서 새 떼를 만난 것이다. 실의의 낙향 생활로 술만 죽여 내던 내 깜깜한 생활 안으로 나그네새의 울음소리가 화톳불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새가 내 머릿속으로 자유자재 날아다녔다. 수백 마리로 떼를 이루어 의식의 공간을 무한대로 휘저었다. 새 중에서도 동진강 하구에서 자취를 감춘 도요새였다. 나는 도요새를 찾아 헤매었다. 그중 중부리도요를 발견하기 위해 휴일에는 정배 형과 함께, 그 외의 날은 나 혼자서 동남만 일대의 습지와 못과 개펄을 싸돌았다. 그러나 봄은 짧았고 곧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그때는 이미 물떼새목의 도요새과에 포함된 그 무리는 우리나라 남단부를 거쳐 휴전선 하늘을 질러 북상한 뒤였다. 다시 도요새 무리가 도래할 시절을 만해의 님처럼 기다렸다. 그래서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의 툰드라에서 편도 일만 킬로미터를 날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 그 작은 새 떼의 길고 긴 여정에 밤마다 동참했던 것이다. 나의 일상이 너무 권태스러울 정도로 자유스러우면서, 전혀 자유스럽지 못한 내 사고의 굳게 닫힌 문을 도요새가 그 날카로운 부리로 쪼며 밀려들었다. 그리고 떠남의 자유와 고통에 대해 여러 말을 재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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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산성(김훈)-30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이조 판서 최명길이 헛기침으로 목청을 쓸어내렸다. 최명길의 어조는 차분했다. “전하, 적의 문서는 비록 무도하나 신들을 성 밖으로 청하고 있으니 아마도 화친할 뜻이 있을 것이옵니다. 적병이 성을 멀리서 둘러싸고 서둘러 취하려 하지 않음도 화친의 뜻일 것으로 헤아리옵니다. 글을 닦아서 응답할 일은 아니로되 신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 말길을 트게 하소서.” 예조 판서 김상헌이 손바닥으로 마루를 내리쳤다. 김상헌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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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년의 뜰(오정희)-2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함석지붕이 흐를 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저녁 햇빛이 칼처럼 방 안에 깊숙이 꽂힐 즈음이면 어머니는 화장을 시작하고 오빠는 창가에 놓인, 붉은 꽃무늬의 도배지 바른 궤짝 앞에 앉아 꼼짝 않고 소리 높이 영어 책을 읽었다. 나는 어머니의 곁에 앉아 갖가지 화장품이 담긴 병들을 만지작거리거나 창을 통해서 멀찍이 보이는 개울의 다리와 신작로, 그리고 더 멀리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국민학교의 창을, 점점이 붉은 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조바심으로 어머니와 오빠 사이의, 은밀히 조성되어 가는 팽팽한 공기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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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수 좋은 날(현진건)-32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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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상의 눈물(전상국)-28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형우가 병원에서 퇴원을 해 2주일 만에 학교에 나왔다. 악수 세례가 쏟아지고, 등을 두드리고, 체육 시간에는 헹가래까지 시키려고 했지만 형우가 도망을 쳤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들은 숨죽여 기표의 동정을 살폈다. 그러나 그의 차가운 시선에 부딪힌 아이들은 섬뜩한 느낌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다. 나는 후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형, 우리 미술 시간에 라면 먹으러 갈까?” 내가 말을 건넸다. 우리들은 가끔 후동 교사 뒷담을 넘어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사 먹은 다음 감쪽같이 들어오곤 했다. 재수파들이 그 전문이었던 것이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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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장(윤흥길)-18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그해 이른 봄부터 이곡리(利谷里) 일대를 온통 휘젓고 다니며 마냥 으스대는 종술(種述)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물론 종술의 성깔을 익히 아는 이곡리 주민들은 그의 행패가 두려워서 그의 뒷모습을 겨냥하여 주먹으로 쑥덕감자를 먹이기도 하고 혓바닥을 날름 내밀어 보이기도 할 뿐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는 구름 의자에라도 앉은 것같이 더욱 거드름을 피우고 다녔다. 그 자신이 생각하는 임종술과 마을 사람들이 보는 임종술 사이에는 사실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마치 때까치 종류에서 하루아침에 보라매 같은 당당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양 굳게 믿었다. 반면에 사람들은 때까치이던 그가 물까마귀쯤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들은 ㉠때까치 시절의 종술이가 그래도 사람 꼴에 가까웠었다고 회고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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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발탄(이범선)-2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가자!” 철호는 멈칫 섰다. 낮에는 이렇게까지 멀리 들리는 줄 미처 몰랐던 어머니의 그 소리가 골목 어귀에까지 들려왔다. “가자!”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골목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철호는 다시 발을 옮겨 놓았다. 정말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그건 다리가 저려서만이 아니었다. “가자!” 철호가 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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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마(김동리)-32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아들 성기가 역마살 때문에 떠돌이가 될까 봐 걱정하던 옥화는 그를 정착시키기 위해 체 장수 영감의 딸 계연과 맺어 주려 하지만, 계연이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계연의 시뻘겋게 상기한 얼굴은, 옥화와 그의 아버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이 성기의 얼굴만 일심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나, 버드나무에 몸을 기댄 성기의 두 눈엔 다만 불꽃이 활활 타오를 뿐, 아무런 새로운 명령도 기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빠, 편히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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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의 혼(김원일)-28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가) 이모네 집에서는 많이도 빌려다 먹었다. 그걸 언제 다 갚을까. 지금은 아무 쓸데도 없는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마저 총살을 당하고 만다면 누가 다 갚게 될까. 아, 나도 이젠 아버지가 없는 아이가 되는 구나. 그런데 아버지는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몰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고 무서워들 하는 그 일을 왜 하고 다녔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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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 호리병박(차오원쉬엔)-기출 38문제(2015 개정 중등 국어 비상) 마름이 있는 곳까지 헤엄쳐 온 완은 커다란 연잎 하나를 따더니, 마름 잎사귀를 뒤적이며 마름 열매를 찾아다녔다. 마름 열매는 큰 것이 좋긴 하지만, 양쪽으로 굽은 모양이 예쁘고 그 끝이 뾰족해야 잘 익은 것이다. 완은 마름 잎사귀 사이를 뒤적이면서 그렇게 잘 익은 것만 골 라 딴 후, 그것을 연잎으로 쌌다. 새파란 연잎 위에 순식간에 새빨간 마름 열매들이 한 무더기 쌓였다. 연잎 위에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된 다음에도, 완은 몇 개를 더 따서는 두 손에 담아 들고서 뉴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열매가 쏟아지지 않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물 바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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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와 나만의 시간(황순원)-29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주 대위는 지금 자기는 각각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상스레 맑은 정신으로 그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그는 드디어 지금까지 피해 오던 어떤 상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것은 ㉠권총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죽을 자기가 진작 자결을 했던들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 게 아닌가. 첫째 현 중위가 밤길을 서두르다가 벼랑에 떨어져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제라도 자결을 해 버려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지친 김 일등병이라 하더라도 혼잣몸이니 어떻게든 아군 진지까지 도달할 가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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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여자의 열매(한강)-1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어머니, 이제 어머니께 편지를 쓸 수 없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두고 가신 스웨터를 입어 볼 수도 없게 되었어요. 지난겨울 여기 올라오셨다가 깜빡 잊고 가신 자주색 스웨터 말예요. 그이가 출장 간 다음 날, 아침부터 오한이 들길래 그 옷을 입어 보았어요. 제때 빨아 두지 않았던 덕분에 묵은 반찬 냄새며 어머니 살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었어요. 다른 날 같으면 빨아 입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추워서, 또 그 냄새를 오랫동안 맡고 싶어서 그냥 입고 잠들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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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목(박완서)-25문제(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문화란. ‘고(故) 옥희도 씨 유작전 S 회관에서-’먼 옛날 같은 앳된 날, 그지없이 향기로운 관을 씌우고 싶었던 옥희도란 이름 위에 <故>자가 붙은 것이다. 좀 전에 둔탁한 아픔을 느낀 자리가 예리하게 쑤셔 왔다. 오열이라든가 하다못해 신음이라든가, 그런 아픔을 나눌 엄살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온전한 나만의 비통. 나는 숨을 죽이고 지그시 아픔을 견디며, 또 하나의 아픈 날을 회상한다. 꼭 이만큼이나 아팠던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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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랑한 밤길(공선옥)-35문제(2020 EBS 현대 소설 독해의 원리 대비) [앞부분의 줄거리] 시골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나’는 어느 날 의사가 없을 때 찾아온 ‘그’를 돌보아 준 것을 계기로 ‘그’와 가까워진다. 글을 쓰고 있다는 ‘그’는 다양한 음악 제목을 알고 있으며, 차로 나를 데리러 왔다가 데려다 준다. 그러다가 ‘그’의 태도가 차츰 달라지고, 그가 달라고 하던 무공해 채소를 가지고 ‘그’를 찾아간‘나’는 거절당하고 비를 맞으며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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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45문제(2015 국어, 문학 내신 기출 모음) “달이 다 차도록 기저귓감 하나 장만 않는 여편네나 조산원 하나 부를 돈도 마련이 없는 사내나 어쩜 그리 짝짜꿍인지!”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나서 나는 권 씨를 마당으로 불러냈다. 듣던 대로 권 씨는 대뜸 아무 염려 말라면서 실실 웃었다. 마치 곤경에 빠진 나를 극진히 위로해 주는 투였다. “둘째 때도 마누라 혼자서 거뜬히 해치웠거든요.” “우리가 염려하는 건 권 선생네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해서요.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될경우 난 권 선생을 원망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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