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철리(김광균)-문제 모음 19제(1차)
산비탈엔 들국화가 환-하고 누이동생의 무덤 옆엔 밤나무 하나가 오뚝 서서 바람이 올 때마다 아득-한 공중을 향하여 여윈 가지를 내어 저었다. 갈 길을 못 찾는 영혼 같애 절로 눈이 감긴다. 무덤 옆엔 작은 시내가 은실을 긋고 등 뒤데 서걱이는 떡갈나무 수풀 앞에 차단-한 비석(碑石)이 하나 노을에 젖어 있었다. 흰나비처럼 여윈 모습 아울러 어느 무형한 공중에 그 체온이 꺼져버린 후 밤낮으로 찾아 주는 건 비인 묘지(墓地)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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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동새(김소월)-문제 모음 20제(2차)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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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부부상(박재삼)-문제 모음 23제(1차)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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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피리(한하운)-문제 모음 16제(1차)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 닐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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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문제 모음 29제(5차)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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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김춘수)-문제 모음 23제(2차)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김혜순)-문제 모음 30제(1차)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두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전천후 산성비(이형기)-문제 모음 16제(1차)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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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산성비(이형기)-문제 모음 10제(1차)
나) 우리 시대의 비는 계절과 무관하다. 시도 때도 없이 푸른 것은 모조리 갉아먹어 버리는 전천후 산성비. 그렇다 전천후로 비는 죽은 구근을 흔들어 깨워서 자꾸만 생산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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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손을 보면(천양희)-문제 모음 29제(1차)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신의 방(김선우)-문제 모음 12제(1차)
이런 돼지가 살았다지요 반들거리는 검은 털에 날렵한 주둥이를 가진, 유난히 흙의 온기를 좋아하여 흙이랑 노는 일을 제일로 즐거워했다는군요 기른다는 것이 실은 서로 길드는 것이어서 이 지방 사람들은 통시*라는 거처를 마련했다지요 인간의 배변 장소와 돼지우리가 함께 있는 아주 재미난 방인 셈인데요 지붕을 덮지 않은 널찍한 호를 파고 지푸라기 조금 깔아 준 방 안에서 이 짐승은 눈비 맞고 흙과 똥과 뒹굴면서 비바람 햇볕을 고스란히 살 속에 아로 새기게 되었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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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의 마음(나희덕)-문제 모음(1차)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 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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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김춘수)-문제 모음 15제(1차)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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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서(박재삼)-문제 모음 19제(3차)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닿는 한(恨)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여우난골족(백석)-문제 모음 19제(2차)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모, 고모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後妻)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모, 고모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