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김명인)-문제 모음 11제(1차) 나를 쫓아온 눈발 어느새 여기서 그쳐 어둠 덮인 이쪽 능선들과 헤어지면 바다 끝까지 길게 걸쳐진 검은 구름 떼 헛디뎌 내 아득히 헤맨 날들 끝없이 퍼덕이던 바람은 다시 옷자락에 와 붙고 스치는 소매 끝마다 툭툭 수평선 끊어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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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한 일-박수근의 그림에서(장석남)-문제 모음 16제(1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지한 것이어서 성자(聖者)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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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고향 6-초설(이시영)-문제 모음 12제(1차)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참새 떼 왁자히 내려앉는 대숲 마을의 노오란 초가을의 초가지붕에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토란 잎에 후두둑 빗방울 스치고 가는 여름날의 고요 적막한 뒤란에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추수 끝난 빈 들판을 궁궁 울리며 가는 서늘한 뜨거운 기적 소리에 있지 아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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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무(신경림)-문제 모음 21제(3차)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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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사(서정주)-문제 모음 18제(1차)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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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행(김광규)-문제 모음 20제(2차)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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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팔꽃(송수권)-문제 모음 13제(1차) 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나가 보면 나팔꽃 줄기는 허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 날 아침에 나가 보면 덩굴손까지 흘러나와 허공을 감아쥐고 바지랑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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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촌행(신경림)-문제 모음 11제(1차) 떨어져 나간 ⓐ대문짝 안마당에 복사꽃이 빨갛다 ⓑ가마솥이 그냥 걸려 있다 벌겋게 녹이 슬었다 잡초가 우거진 부엌 바닥 아무렇게나 ⓒ버려진 가계부엔 콩나물값과 친정어머니한테 쓰다 만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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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나무를 보며(박재삼)-문제 모음 13제(1차) 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 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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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부 부부상(박재삼)-18문제(2015 창비 문학) 흥부 부부가 박 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 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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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층층계(박목월)-문제 모음 12제(1차) 적산 가옥 구석에 짤막한 층층계…… 그 이 층에서 나는 밤이 깊도록 글을 쓴다. 써도 써도 가랑잎처럼 쌓이는 공허감. 이것은 내일이면 지폐가 된다. 어느 것은 어린것의 공납금. 어느 것은 가난한 시량대. 어느 것은 늘 가벼운 나의 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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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금(김춘수)-문제 모음 26제(1차)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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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새(김용택)-문제 모음 10제(1차) 저 산 저 새 돌아와 우네 어둡고 캄캄한 저 빈 산에 저 새 돌아와 우네 가세 우리 그리움 저 산에 갇혔네 저 어두운 들을 지나 저 어두운 강 건너 저 남산 꽃산에 우우우 꽃 피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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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유치환)-문제 모음 12제(1차) 나는 학이로다 박모(薄暮)*의 수묵색 거리를 가량이면 슬픔은 멍인 양 목줄기에 맺히어 소리도 소리도 낼 수 없누나 저마다 저마다 마음속 적은 고향을 안고 창창한 담채화 속으로 흘러가건만 나는 향수할 ㉠가나안의 복된 길도 모르고 꿈 푸르른 솔바람 소리만 아득한 풍랑인 양 머리에 설레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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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법(강은교)-문제 모음 15제(1차)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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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문제 모음 20제(2차)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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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울 소리(이수익)-문제 모음 15제(1차) 청계천 7가 골동품 가게에서 나는 어느 황소 목에 걸렸던 방울을 하나 샀다. 그 영롱한 소리의 방울을 딸랑거리던 소는 이미 이승의 짐승이 아니지만, 나는 소를 몰고 여름 해 질 녘 하산하던 그날의 소년이 되어, ㉡배고픈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마을로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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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타(이한직)-문제 모음 35제(1차)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옛날에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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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길(천양희)-문제 모음 14제(1차) 가마우지새는 벼랑에서만 살고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삽니다. 유리새는 고여 있는 물은 먹지 않고 무소새는 둥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들은 날아오릅니다. 새들은 고소 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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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산호 2(김관식)-문제 모음 19제(2차) 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는 데다가 보옥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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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김기택)-문제 모음 7제(1차) 할머니들이 아파트 앞에 모여 햇볕을 쪼이고 있다. 굵은 주름 잔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햇볕을 채워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뼈와 관절들 다 녹도록 온몸을 노곤노곤하게 지지고 있다. 마른버짐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를 것 같고 잘만 하면 한순간 뽀얀 젖살도 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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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문 앞에서(유하)-문제 모음 25제(1차) 이제 어디를 가나 아리바바의 참깨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 세상이다. 언제나 문 앞에 서기만 하면 어디선가 전자 감응 장치의 음흉한 혀끝이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스르르 문이 열리고 스스르 우리들은 들어간다.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들어가고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나오고 그때마다 우리의 손은 조금씩 퇴화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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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물 눈금(손택수)-문제 모음 11제(1차) 밥물 눈금을 찾지 못해 질거나 된 밥을 먹는 날들이 있더니 이제는 그도 좀 익숙해져서 손마디나 손등, 손가락 주름을 눈금으로 쓸 줄도 알게 되었다 촘촘한 손등 주름 따라 밥맛을 조금씩 달리해본다 손등 중앙까지 올라온 수위를 중지의 마디를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물꼬를 트기도 하고 막기도 하면서 논에 물을 보러 가던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저녁때가 되면 한 끼라도 아껴보자 친구 집에 마실을 가던 소년의 저녁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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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의 천정 1(이성선)-문제 모음 13제(1차) 밭둑에서 나는 바람과 놀고 할머니는 메밀밭에서 메밀을 꺾고 계셨습니다. 늦여름의 하늘빛이 메밀꽃 위에 빛나고 메밀꽃 사이사이로 할머니는 가끔 나와 바람의 장난을 살피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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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늘한 이마(박용철)-문제 모음 12제(1차)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온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燐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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