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정호승)-46문제(3차. 서술형 포함)
[I410-111-24-02-088581740]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가지가 담을 넘을 때(정끝별)-문제 모음 27제(2차)
[I410-113-24-02-088018095] (2024학년도 수능특강, 수능 기출과 변형 포함)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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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김소월)-41문제(2차. 서술형 포함)
[I410-111-24-02-088582149]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점을 손에 새라 새롭은 탄식을 얻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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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고재종)-45문제(2차. 서술형 포함)
[I410-113-24-02-088610393] 날로 기우듬해 가는 마을 회관 옆 ⓑ청솔 한 그루 꼿꼿이 서 있다. 한때는 앰프 방송 하나로 집집의 새앙쥐까지 깨우던 회관 옆, 그 둥치의 터지고 갈라진 아픔으로 푸른 눈 더욱 못 감는다. 그 회관 들창 거덜 내는 댓바람 때마다 ㉣청솔은 또 한바탕 노엽게 운다. 거기 술만 취하면 앰프를 켜고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이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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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문정희)-문제 모음 39제(1차)
(I410-ECN-0102-2023-000-002077563)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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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김광섭)-40문제(1차. 서술형 포함)
[I410-113-24-02-088609443]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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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김영랑)-문제 모음 28제(1차)
[I410-113-24-02-088611676]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디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饗宴)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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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최승호)-44문제(2차. 서술형 포함)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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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안도현)-40문제(1차. 서술형 포함)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성북동 비둘기(김광섭)-43문제(2차. 서술형 포함)
[I410-113-24-02-088609498] 이 시는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파괴되는 자연과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 ‘번지’는 인간의 문명이자 산업화를 나타내는데, 이는 원래부터 성북동에 살고 있는 비둘기의 보금자리를 빼 앗고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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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이한직)-문제 모음 35제(1차)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옛날에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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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수수밭(천양희)-문제 모음 25제(1차)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윗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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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체개현(조지훈)-문제 모음 23제(1차)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초록이 세상을 덮는다(김기택)-문제 모음 23제(1차)
잠깐 초록을 본 마음이 돌아가지 않는다. 초록에 붙잡힌 마음이 초록에 붙어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마음이 종일 떨어지지 않는다 여리고 연하지만 불길처럼 이글이글 휘어지는 초록 땅에 박힌 심지에서 끝없이 솟구치는 초록 나무들이 온몸의 진액을 다 쏟아내는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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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5가(신동엽)-문제 모음 33제(1차)
(I410-ECN-0102-2023-000-001623218)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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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측량(한용운)-문제 모음 26제(1차)
I410-ECN-0102-2023-000-001633832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봐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의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양을 알려면,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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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고재종)-문제 모음 23제(1차)
잦은 바람 속의 겨울 감나무를 보면, 그 가지들이 가는 것이거나 굵은 것이거나 아예 실가지거나 우듬지거나, 모두 다 서로를 훼방 놓는 법이 없이 제 숨결 닿는 만큼의 찰랑한 허공을 끌어안고, 바르르 떨거나 사운거리거나 건들대거나 휙휙 후리거나, 제 깜냥껏 한세상을 흔들거린다. 그 모든 것이 웬만해선 흔들림이 없는 한 집의 주춧기둥 같은 둥치에서 뻗어 나간 게 새삼 신기한 일.
산에 언덕에(신동엽)-문제 모음 31제(1차. 서술형 포함)
[I410-113-24-02-088183971]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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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정호승)-문제 모음 31제(2차)
[I410-111-24-02-088581713] 이 작품은 슬픔에 대한 성찰과 이기적인 삶에 대한 반성,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슬픔이 필요하다는 역설적 인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기쁨’은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한 존재이고, ‘슬픔’은 소외된 사람을 돌보고 사랑하는 존재로 제시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행복이나 기쁨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