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국어문제연구소

  • 문(김종길)-문제 모음 12제(1차) (I410-113-24-02-088018086) 흰 벽에는 ― 어련히 해들 적마다 나뭇가지가 그림자 되어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한 정밀*이 천년이나 머물렀다 한다. 단청은 연년(年年)이 빛을 잃어 두리기둥에는 틈이 생기고, 볕과 바람이 쓰라리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험상궂어 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찜 0 구매 29 3,500원
  • 민들레꽃(이형기)-문제 모음 10제(1차) I410-ECN-0102-2023-000-001633690 쬐그만 것이 노랗게 노랗게 전력을 다해 샛노랗게 피어 있다 아무 곳도 넘보지 않는다 다만 혼자 주어진 한계 그 안에서 아슬아슬 한치의 틈도 없이 끝까지
    찜 0 구매 51 3,500원
  • 백화(백석)-문제 모음 13제(1차)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 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찜 0 구매 5 3,500원
  • 나무의 꿈(손택수)-문제 모음 10제(1차) 자라면 뭐가 되고 싶니 의자가 되고 싶니 누군가의 책상이 되고 싶니 밟으면 삐걱 소리가 나는 계단도 있겠지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다락방 별빛이 들고 나는 창문들도 있구나 누군가 그 창문을 통해 바다를 생각할지도 몰라 수평선을 넘어가는 목선을 그리워할지도 몰라
    찜 0 구매 47 3,500원
  • 발효(최승호)-문제 모음 10제(1차) [I410-113-24-02-088609998] 부패해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를 나는 발효시키려 한다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왔다 묵은 관료들은 숙변을 내게 들이부었고 나는 낮은 자로서 치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땅에서 냄새나지 않는 자가 누구인가 수렁 바닥에서 멍든 얼굴이 썩고 있을 때나 흐린 물 위로 떠오를 때에도 나는 침묵했고 그 슬픔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찜 0 구매 5 3,500원
  •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김명인)-문제 모음 11제(1차) 나를 쫓아온 눈발 어느새 여기서 그쳐 어둠 덮인 이쪽 능선들과 헤어지면 바다 끝까지 길게 걸쳐진 검은 구름 떼 헛디뎌 내 아득히 헤맨 날들 끝없이 퍼덕이던 바람은 다시 옷자락에 와 붙고 스치는 소매 끝마다 툭툭 수평선 끊어져 사라진다
    찜 1 구매 15 3,500원
  • 겨울나무를 보며(박재삼)-문제 모음 13제(1차) 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 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찜 0 구매 1 3,500원
  • 밥물 눈금(손택수)-문제 모음 11제(1차) 밥물 눈금을 찾지 못해 질거나 된 밥을 먹는 날들이 있더니 이제는 그도 좀 익숙해져서 손마디나 손등, 손가락 주름을 눈금으로 쓸 줄도 알게 되었다 촘촘한 손등 주름 따라 밥맛을 조금씩 달리해본다 손등 중앙까지 올라온 수위를 중지의 마디를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물꼬를 트기도 하고 막기도 하면서 논에 물을 보러 가던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저녁때가 되면 한 끼라도 아껴보자 친구 집에 마실을 가던 소년의 저녁도 떠오른다
    찜 0 구매 41 3,500원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문제 모음 13제(1차)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찜 0 구매 2 3,500원
  • 청노루(박목월)-문제 모음 13제(1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굽이를
    찜 0 구매 17 3,500원
  • 채전(菜田. 유치환)-문제 모음 10제(1차) 한여름 채전으로 ㉠가 보아라 수염을 드리운 몇 그루 옥수수에 가지, 고추, 오이, 토란, 그리고 울타리엔 덤불을 이룬 넌출 사이로 반질반질 윤기 도는 크고 작은 박이며 호박들! 이 ㉡지극히 범속한 것들은 제각기 타고난 바탕과 생김새로 주어서 아낌없고 받아서 아쉼 없는 황금의 햇빛 속에 일심으로 자라고 영글기에 숨소리도 들릴세라 적적히 여념 없나니
    찜 0 구매 20 3,500원
  • 장마(신경림)-문제 모음 7제(1차)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 중톳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 우리들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 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
    찜 0 구매 1 3,500원
  •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신경림)-문제 모음 10제(1차)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찜 0 구매 7 3,500원
  • 별-금강산시 3(박두진)-문제 모음 10제(1차) 아아 아득히 내 첩첩한 산길 왔더니라. 인기척 끊이고 새도 짐승도 있지 않은 한낮 그 화안한 골 길을 다만 아득히 나는 머언 생각에 잠기어 왔더니라. 백화(白樺) 앙상한 사이를 바람에 백화같이 불리우며 물소리에 흰 돌 되어 씻기우며 나는 총총히 외롬도 잊고 왔더니라 살다가 오래여 삭은 장목들 흰 팔 벌리고 서 있고 풍설(風雪)에 깎이어 날선 봉우리 훌 훌 훌 창천(蒼天)에 흰 구름 날리며 섰더니라
    찜 0 구매 12 3,500원
  • 소야의 노래(오장환)-문제 모음 14제(1차) 무거운 쇠사슬 끄으는 소리 내 맘의 뒤를 따르고 여기 쓸쓸한 자유는 곁에 있으나 풋풋이 흰 눈은 흩날려 이정표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드런 발자욱 함부로 찍혀 오즉 치미는 미움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찜 0 구매 4 3,500원
  • 나비와 광장(김규동)-문제 모음 14제(1차)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찜 0 구매 7 3,500원
  • 산은 알고 있다(신석정)-문제 모음 11제(1차) 산은 어찌 보면 운무(雲霧)와 더불어 항상 저 아득한 하늘을 연모하는 것 같지만 오래오래 겪어 온 피묻은 역사의 그 생생한 기록을 잘 알고 있다.
    찜 0 구매 3 3,500원
  •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문제 모음 14제(1차)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흔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찜 0 구매 11 3,500원
  • 구두(송찬호)-문제 모음 13제(1차)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찜 0 구매 10 3,500원
  • 고풍의상(조지훈)-문제 모음 13제(1차) (I410-113-24-02-088018031)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가는 밤
    찜 0 구매 4 3,500원
  • 고추밭(안도현)-문제 모음 14제(1차)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 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찜 0 구매 0 3,500원
  • 강강술래(김준태)-문제 모음 13제(1차) 이 작품은 고향에 내려간 화자가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리며 느끼는 과거의 농촌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찜 0 구매 8 3,500원
  • 가을의 기도(김현승)-문제 모음 14문제(1차)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찜 0 구매 6 3,500원
  • 4월의 가로수(김광규)-문제 모음 14제(1차) 머리는 이미 오래 전에 잘렸다 전깃줄에 닿지 않도록 올해는 팔다리까지 잘려 봄바람 불어도 움직일 수 없고
    찜 0 구매 0 3,500원
  • 개밥풀(이동순)-문제 모음 13제(1차) 아닌 밤중에 일어나 실눈을 뜨고 논귀에 킁킁거리며 맴도는 개밥풀 떠도는 발끝을 물밑에 닿으려 하나 미풍에도 저희끼리 밀고 밀리며 논귀에서 맴도는 개밥풀 방게 물장군들이 지나가도 결코 스크럼을 푸는 일 없이 오히려 그들의 등을 타고 앉아 휘파람 불며 불며 저어 가노라.
    찜 0 구매 4 3,500원
카카오톡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