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방 한칸-박영한 님의 제를 빌려(김사인)-문제 모음 15제(1차)
세월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 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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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철조망(박봉우)-문제 모음 20제(1차)
[I410-111-24-02-088583539]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을 별일 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밋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궁금한 일-박수근의 그림에서(장석남)-문제 모음 16제(1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지한 것이어서 성자(聖者)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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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이용악)-문제 모음 19제(1차)
[I410-111-24-02-088582498] 삽살개 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붙은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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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신경림)-문제 모음 21제(3차)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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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꽃(문정희)-문제 모음 14제(1차)
(I410-113-24-02-088016840) 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 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 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 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 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 들녘의 꽃들조차 제 빛깔을 감추고 씨앗 속에 깊이 숨죽이고 있을 때 이내 스러지는 니르바나의 꽃을 저 얇고 날카로운 유리창에 누가 새겨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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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서정주)-문제 모음 18제(1차)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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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김광규)-문제 모음 20제(2차)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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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윤동주)-문제 모음 20제(3차)
(I410-ECN-0102-2023-000-002077194)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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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강은교)-문제 모음 15제(1차)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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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이별(한용운)-문제 모음 16제(1차)
(I410-113-24-02-088004680)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 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 가는 두 귀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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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문제 모음 20제(2차)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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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산호 2(김관식)-문제 모음 19제(2차)
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는 데다가 보옥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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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동새(김소월)-문제 모음 20제(2차)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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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피리(한하운)-문제 모음 16제(1차)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 닐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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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철리(김광균)-문제 모음 19제(1차)
산비탈엔 들국화가 환-하고 누이동생의 무덤 옆엔 밤나무 하나가 오뚝 서서 바람이 올 때마다 아득-한 공중을 향하여 여윈 가지를 내어 저었다. 갈 길을 못 찾는 영혼 같애 절로 눈이 감긴다. 무덤 옆엔 작은 시내가 은실을 긋고 등 뒤데 서걱이는 떡갈나무 수풀 앞에 차단-한 비석(碑石)이 하나 노을에 젖어 있었다. 흰나비처럼 여윈 모습 아울러 어느 무형한 공중에 그 체온이 꺼져버린 후 밤낮으로 찾아 주는 건 비인 묘지(墓地)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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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윤동주)-문제 모음 18제(2차)
(I410-ECN-0102-2023-000-002077083)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와사등(김광균)-문제 모음 19제(1차)
차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추억에서(박재삼)-문제 모음 19제(3차)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닿는 한(恨)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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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박두진)-문제 모음 20제(1차)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 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여우난골족(백석)-문제 모음 19제(2차)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모, 고모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後妻)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모, 고모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