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김영랑)-문제 모음 28제(1차)
[I410-113-24-02-088611676]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디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饗宴)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거룩한 식사(황지우)-문제 모음 26제(1차)
나이 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 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 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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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김기택)-문제 모음 18제(1차)
이른 아침 6시부터 밤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감나무 그늘 아래(고재종)-문제 모음 11제(1차)
[I410-113-24-02-088610357]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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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담을 넘을 때(정끝별)-문제 모음 19제(1차)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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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상)-문제 모음 18제(1차)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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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박목월)-문제 모음 18제(1차)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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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오장환)-문제 모음 23제(1차)
[I410-111-24-02-088582989] 산 밑까지 내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위에 흘린 따뜻한 핏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