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이성복)-문제 모음 15제(1차)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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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김명인)-문제 모음 17제(1차)
한 해의 꽃잎을 며칠 만에 활짝 피웠다 지운 벚꽃 가로 따라가다가 미처 제 꽃 한 송이도 펼쳐 들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늦된 그 나무 발견했지요. 들킨 게 부끄러운지, 그 나무시멘트 개울 한 구석으로 비틀린 뿌리 감춰놓고 앞줄 아름드리 그늘 속에 반쯤 숨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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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줄 몸 한 채(김선우)-문제 모음 20제(1차)
속이 꽉 찬 배추가 본디 속부터 단단하게 옹이 지며 자라는 줄 알았는데 겉잎 속잎이랄 것 없이 저 벌어지고 싶은 마음대로 벌어져 자라다가 그중 땅에 가까운 잎 몇 장이 스스로 겉잎 되어 나비에게도 몸을 주고 벌레에게도 몸을 주고 즐거이 자기 몸을 빌려주는 사이 결구(結球)*가 생기기 시작하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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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천상병)-문제 모음 19제(1차)
이 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달관 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죽음을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띠는 ‘이슬’, ‘노을빛’ 같은 언어로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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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나희덕)-문제 모음 20제(1차)
(I410-ECN-0102-2023-000-002076586)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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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백석)-문제 모음 23제(1차)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세한도(고재종)-문제 모음 19제(1차)
[I410-113-24-02-088610384] 날로 기우듬해 가는 마을 회관 옆 청솔 한 그루 꼿꼿이 서 있다. 한때는 앰프 방송 하나로 집집의 새앙쥐까지 깨우던 회관 옆, 그 둥치의 터지고 갈라진 아픔으로 푸른 눈 더욱 못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