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10-ECN-0102-2023-000-001634177 양반은 대추 세 개면 끼니를 잇는다는데 책장에 아직도 지저분하게 서책들이 꽂히고 두 달에 한 번씩은 이발도 할 수 있는 염치에 걸핏하면 궁조를 늘어놓는 걸 보면 적실히 양반의 손(孫)은 아닌 게 분명하다. 양반의 손이 못 될까 봐 걱정이 아니라, 하고많은 사람이 대추 세 개도 못 먹을 신세가 될까 봐 걱정거리다. 벌써 햇수로 이 년 전 이야기다. 엉성 드문하게 내 책장이 이가 빠지기 시작한 건 그날 처음이 아니언만 아무튼 그날도 내 책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