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근대 지식인이 가진 내면 의식의 추이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는 작품이다. 동경 유학생 출신의 교사인 주인공 정일은 현실적인 삶에서 무게와 고통을 느끼고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을 경멸의 대상이나 귀찮은 존재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는 돈만 아는 속물로 경멸했던 아버지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활인의 의의를 느낀다. 무성격한 자신의 모습을 고수하는 것이 자기기만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