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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부는 추풍(秋風) 반갑게도 보이도다 말술이 다나 쓰나 술병 메고 벗을 불러 언덕 너머 어촌에 내 놀이 가자꾸나 흰 두건을 젖혀 쓰고 소정(小艇)을 타고 오니 바람에 떨어진 갈대꽃 갠 하늘에 눈이 되어 석양에 높이 날아 어지러이 뿌리는데 갈잎에 닻 내리고 그물로 잔잔한 강물 속 자린은순(紫鱗銀脣)* 수없이 잡아내어 연잎에 담은 회와 항아리에 채운 술을 실컷 먹은 후에 태기 넓은 돌에 높이 베고 누웠으니 ⓐ희황천지(羲皇天地)를 오늘 다시 보는구나 잠시 잠들어 뱃노래에 깨어 보니 추월(秋月)이 만강(滿江)하여 밤빛을 잃었거늘 반쯤 취해 시 읊으며 배 위로 건너오니 강물 아래 잠긴 달은 또 어인 달인 게오 달 위에 배를 타고 달 아래 앉았으니 문득 의심은 월궁(月宮)에 올랐는 듯 물외(物外)의 기이한 경관 넘치도록 보이도다 청경(淸景)을 다투면 내 분에 두랴마는 즐겨도 말리는 이 없으니 나만 둔가 여기노라 놀기를 탐하여 돌아갈 줄 잊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