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격적인 독서 편력은 20세 때에 시작된다.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나는 시립 도서관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온갖 책들을 읽었다. 도서관의 책들을 다 읽을 기세로 덤벼들었으나 물론 그것은 터무니없는 꿈이었다. 나는 날마다 책 한 권을 읽는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랐다. 반가통(半可通)이 사물의 이치를 어렴풋하게 이해하는 것이라면, 전가통(全可通)은 사람이 깨치고 알아야 할 사물의 이치와 앎을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시립 도서관에서 전가통의 세계를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