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은 1971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아파트’는 급격한 근대화 및 산업화 속에서 전통적인 공동체적 주거 공간 대신 새롭게 등장한 사적 주거 공간이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의 붕괴와 급속한 핵가족화를 가져온 아파트 생활은 주변 사람들과 분리된 채 옆에 누가 사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고립된 인간형을 양산했다. ‘그’ 역시 공동체적 유대감을 상실하고 아내와 사는 자신의 공간을 타인의 방처럼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