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燕京)의 아홉 개 성문 안팎으로 뻗은 수십 리 거리에는 관아와 아주 작은 골목을 빼놓고는 대체로 길을 끼고 양옆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다. 시골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점포가 늘어서서 마치 옷에 가선을 두른 것과 같다. 상점은 제각기 점포 이름과 파는 물건 이름을 가로세로로 간판을 세워 걸어 두었으므로 금빛 글자가 휘황찬란하게 빛난다. 큰길에는 따로 판잣집을 더 설치하여 붉게 칠해 놓았고, 골목 입구나 문 앞에는 제각기 아름답게 조각한 돌이나 나무로 만든 기둥을 세워 놓았다. 점포 안에는 늘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마치 연극을 관람하는 인파와 같다. 또 동악묘(東岳廟)와 융복사(隆福寺) 등지에서는 특별한 날을 정해 시장을 여는데 진기한 보물과 괴상한 물건들이 매우 많다.